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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프랜차이즈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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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프랜차이즈 게임

입력
200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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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리그에서 벌어지는 프랜차이즈 게임이란 프로구단의 신설 혹은 연고지변경을 미끼로 구단유치를 갈망하는 도시간의 경쟁을 유도해 최신구장을 짓게 하거나 유리한 임대조건을 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학자들은 호구를 하나 끌어들여 홀딱 벗긴 후 짜고 친 사람들끼리 나눠먹는 사기도박과 다름없는 게 프랜차이즈게임이라고 평가한다.수천억원대의 경제효과를 유발한다는 달콤한 말로 유치에 눈 먼 도시들을 끌어들이는 게 프랜차이즈게임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최신경기장을 짓고 좋은 임대조건을 제시해 유치에 성공한 도시는 그나마 낫지만 실패한 도시의 재정적인 부담은 고스란히 납세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사기도박과 마찬가지라는 얘기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개최권리를 행사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도 이 게임의 법칙을 이용, 꽤 재미를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IOC는 미국 LA올림픽의 마케팅기법을 벤치마킹해 흑자로 전환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 게임을 연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4년에 한번이라는 희소성으로 유치희망 도시가 줄을 서고 있다는 점도 유혹요인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히트상품을 가진 이 두 조직이 자의든 타의든 이 게임을 응용하면서부터 피해사례도 생겨나는 것같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례로 세인트 피터스버그시를 들 수 있다. 평소 메이저리그 구단유치가 꿈이었던 이 도시는 1988년 주민세금으로 4만3,000석 규모의 돔 구장부터 덜컥 지었다가 한동안 구장을 놀려야 하는 낭패를 봤다. 구장을 짓고 나자 아무 팀도 그 도시로 가려고 하지 않았고 신규구단 창단 허가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는 내심 점 찍어 뒀던 구단에 플로리다로 연고지만 옮겨 준다면 돔 구장과 함께 1,000만 달러를 차용해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은밀한 제의를 받은 구단주가 기존 연고도시와의 협상에서 이제안을 미끼로 이용, 피터스버그 시가 제시했던 것 이상을 빼내고 주저 앉아 버렸다.

세계적으로는 캐나다의 몬트리올, 일본의 나가노, 한일 월드컵 개최도시 등을 꼽을 수 있다. 몬트리올은 올림픽개최를 수지맞는 장사라고 장담을 했다가 20년이 넘도록 그때 졌던 빚을 못 갚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1998년 동계올림픽을 위해 20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투자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 나가노시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본다. 최근사례로는 20개 경기장을 전부 새로 지어 월드컵을 치렀던 한일 양국의 도시들도 유사한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사기도박단이 돈 많은 어수룩한 사람들을 노리듯이 프랜차이즈 게임에서도 계산이 빠른 도시보다는 명분을 앞세우는 순진한 도시들이 주로 당한다. 이제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큰 이벤트를 유치할 때 명분보다는 실리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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