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아로 구성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가 정상인이 참가하는 정규 고교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창단한 충주 성심학교 야구팀이 내달 5일 개막, 21일까지 동대문구장에서 벌어지는 제3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한국일보 일간스포츠 대한야구협회주최)에 도전장을 내민 것. 창단이후 충주지역에 조성된 탄금야구장에서 훈련을 해온 성심학교 야구팀은 지난 6월말 대한야구협회(회장 이내흔)에 정식으로 등록한데 이어 전국의 모든 고교팀에게 문호가 개방된 봉황대기에 출전신청을 했고 11일 대진추첨에 참가, 정식대회 출전의 꿈을 이뤘다.야구단 창단은 선린상고(현 선린인터넷고) 야구부 출신인 조일연(50) 교감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지역 아마추어 야구팀에서 꾸준히 활동하던 조 교감의 주도로 학교측은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위해 작년 9월9일 '귀의 날'을 맞아 전격적으로 국내최초의 장애인 팀을 창단했다. 처음 18명의 선수로 시작한 야구단은 이후 20명으로 늘어났지만 고등부 학생은 절반인 10명에 불과하다. 이번 봉황대기에서도 10명의 선수만으로 경기를 벌여야 하는 열악한 처지이다.
그동안 훈련 과정도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선수들을 불러 모으거나 작전을 지시하는 게 더 어려웠다. 때문에 교사들이 나서 선수와 감독간의 통역을 맡아야 했다. 사령탑을 맡은 세광고 선수출신의 김석환(46) 감독은 "수화로 의사전달을 하다보니 어려움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그렇지만 이제는 야구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익혀 손짓만 해도 감독의 지시를 이해한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정식대회에 들어가면 심판 코치 선수간의 의사소통도 중요해 이번대회에서는 야구협회의 양해를 얻어 교사들이 벤치에 앉아 수화로 작전지시를 전달해주기로 했다.
선수들의 야구를 향한 열정은 이 같은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지난달 70년 역사를 지닌 일본의 고베 농학교와의 친선경기에서 22―0으로 대승을 거두면서 더욱 자신감이 붙었고 봉황기대회에서 국내팀과 실력을 겨루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사회에서는 후원을 하겠다는 인사들이 나타났고 국내프로야구의 간판스타 이승엽(27·삼성)도 40호 홈런부터 홈런 1개를 추가할때마다 100만원씩을 성금으로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눈썰미가 유난히 좋은 장애아들의 특성을 살린다는게 김 감독의 희망사항. 김 감독은 "선수들 중 1∼2명은 대학팀 진학까지는 무리지만 프로구단 2군이나 연습생이 되기 위해 잘 키워볼 생각"이라고 '거창한' 목표를 밝혔다. 요즘 충주 탄금대 옆 쓰레기 매립장에 만들어진 야구장에서 선수들은 땡볕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7시간씩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성심학교 야구팀은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 8월12일 성남서고―안산공고의 승자와 데뷔전을 갖는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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