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병원장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음독 자살했다. 의사는 돈도 잘 벌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병원도 부도가 나고 의과대 졸업생도 실업자가 되는 세상이다.혹자는 병원이 경쟁체제를 통해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면 환자도 좋고 의사도 좋은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병원이 그간 온실속의 화초처럼 안주해온 것이 오히려 비정상이었다는 것이다. 일견 타당하지만 의사가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약분업 이후 개원하는 병원이 늘면서 해마다 병원의 10% 정도가 정리되고 있다. 의료체계가 붕괴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최근에는 경기 성남에서 대학병원을 포함한 큰 병원 두 곳이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 의료체계에 공백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환자 감소와 낮은 의료 수가로 시름에 잠긴 의사들이 적지 않고, 부업을 모색하거나 폐업을 고려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의사들은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사명감이 떨어지며 샐러리맨이 돼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의료의 생산성은 철저히 의사 개인의 사명감에서 기인한다고 볼 때 이러한 특수성은 오히려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의사의 사명은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다. 의사가 자신의 사명에 회의를 느낄 정도로 의료계 현실이 각박해졌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대학입학 수시 모집에서 각 의과대학의 경쟁률이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도 의과대학은 인기 있는 학과이고, 의사는 선망의 대상인 것 같다. 저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며 미래를 꿈꾸는 것은 청소년들이 가진 특권이자 희망이다. 이는 안정된 사회, 예측이 가능한 사회일 때 아름다운 결실을 낳게 마련이다.
의대 지원율이 유독 높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만 높은 경쟁을 거친 이들에겐 그만한 미래도 보장돼야 한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여러 분야에서 훌륭한 인재가 키워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일이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인생이 아니고, 노력하는 대로 주어진다는 진리가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의사들도 생활고를 걱정하며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임을 고민하기보다는 저마다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되새기고 환자를 위해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상 달 엠디클리닉 원장·유방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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