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사용 후 핵 연료봉 재처리 통보에 대한 미 정부의 반응이 차분하다. 차분함을 넘어 북한의 주장을 아예 무시하는 듯한 태도이다.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과거에도 수 차례 재처리 주장을 해왔다"며 "북한은 4월 베이징 회담을 전후를 비롯해 여러 차례 공개적인 성명뿐 아니라 비공식적으로도 재처리 상황을 거론한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전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은 NBC 방송에 출연, "북한의 주장을 믿는 사람도 있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모두 북한의 주장을 평가 절하하는 반응이다.
이런 반응은 설마 북한이 재처리를 끝냈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나오는 것 같다. 미 정보기관이 영변 핵 시설 부근에서 크립톤 85 가스를 검출, 백악관에 보고한 시점이 11일께라는 미 언론의 보도를 감안하면 미 정부의 이런 반응은 당연해 보인다. 재처리 작업이 시작될 경우 발산되는 크립톤 가스는 초보적인 기기 수준으로도 검출이 가능해 미 정보기관이 이를 놓칠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렇다면 최소한 4∼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8,000여개의 사용 후 핵 연료봉 재처리를 며칠 만에 끝냈을 리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판단 정보의 부재에 따른 불가피한 반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14일 미 정부관리의 말을 인용, "미 정보기관들은 충분한 정보가 없다"며 "지금은 북한이 실제로 재처리를 완료했는지, 아니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내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럼스펠드 장관도 13일 "그들이 핵 연료봉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들어다 보다는 데 시계(視界)가 좋지 않다"고 말해 정보력 부재를 시인했다.
워싱턴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북한의 핵 재처리 완료 주장을 규명할 증거를 확보할 때까지 '무시 정책' 으로 일관하면서 대응책을 암중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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