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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北核위기 악순환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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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北核위기 악순환 끊어야

입력
200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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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베이징회담으로부터 시작된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 나가기로 합의한 데 이어,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핵 문제를 적절한 대화의 방법을 통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압력 쪽으로 치닫던 북핵 해법의 비중을 대화 쪽으로 옮겨놓았다.이렇게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이 가시화하고 남북 교류협력이 증대되는 시점에서 또 다시 '악재'들이 돌출하고 있다. 첫 번째 악재는 미국의 한 방송사가 보도한 핵재처리와 관련한 물증 보도다. 미 NBC 방송은 "북한이 사용 후 핵연료봉의 재처리를 시작했음을 나타내는 물증을 미 정보기관이 입수한 후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 악재는 '믿을만한 워싱턴 고위소식통'이 전한 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 통보로부터 나왔다. 북한의 박길연 유엔주재 대사가 지난 8일 뉴욕에서 미국의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담당대사와 비공식 양자 접촉을 갖고 "폐연료봉 재처리를 6월 30일 완료했으며, 이를 핵억지력 확보를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악재는 미국이 김정일 정권의 내부 붕괴를 유도하려는 전쟁예비단계 작전계획인 '작전계획(Operation Plan) 5030'을 수립하고 있다는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 최신호(21일자) 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악재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북한 핵 문제는 심각한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다.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가 충돌 직전에 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 돌출하고 있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세 가지 돌출 악재는 아직 사실확인이 안된 언론보도 또는 소식통의 전언이다. 따라서 사실확인이 될 때까지 단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3일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보유 시인'과 '폐연료봉 재처리 강행 주장'은 미국을 양자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벼랑끝 전술이자 유인책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을 때론 무시하고, 때론 과장하면서 국내정치와의 연관성 속에서 장기화 국면으로 끌고 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작전계획 5030'이 사실이라면 왜 미국이 북미 직접협상을 미루고 북핵 문제를 안보리 회부 및 다자 회담으로 가져가서 장기화하려는 것인지, 미국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북핵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북한 핵 문제가 '조작된 위기'로 발전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은 그들의 핵 능력을 과대포장해서 이를 북미 적대관계 해소의 협상카드로 활용하려 해왔지만, 미국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 핵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가장 빠른 방법은 북한이 먼저 핵포기 선언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선 핵포기를 곧 미국의 압력에 대한 굴복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선군정치를 하는 군사국가에서 항복은 정권의 정당성 위기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은 먼저 나서서 핵포기 선언을 할 수 없고, 미국이 불가침을 법적으로 확약하면 핵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려면 미국이 '내부폭발'을 통한 북한정권 교체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북한으로 하여금 핵개발 포기를 선언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 핵문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 유 환 동국대 교수·북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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