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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독특한 풍광 5選/오! 이런곳이...五色별천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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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독특한 풍광 5選/오! 이런곳이...五色별천지로

입력
2003.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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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즐거움은 목적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고 오는 길에서도 색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독특한 풍광을 여행의 양념으로 곁들이자. 각 권역별로 이색적인 풍경을 꼽아본다. 모두 차로 접근하기 쉽다. 우리 땅에도 이렇게 별난 곳이 있다는 게 놀라울 것이다.무안 회산연꽃방죽(서남 해안권)

회산방죽(전남 무안군 일로면 복룡리 일대)은 연지(蓮池)이다. 연꽃 중에서도 덩치가 큰 축에 드는 백련(白蓮)이 산다. 약 10만평으로 백련 서식지로는 동양에서 가장 크다. 지금 개화가 시작돼 9월까지 꽃을 피운다. 벚꽃처럼 한꺼번에 와르르 폈다가 지는 것이 아니라 석 달 동안 꾸준히 꽃대가 올라온다.

일단 커다란 잎에 놀란다. 아이들이 올라타도 넉넉할 것 같다. 저수지를 가득 덮은 거대한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면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잎을 닮아 꽃도 크다. 아주 큰 것은 핸드볼공 만하다.

회산방죽은 일제시대 무안군민이 가뭄을 이겨내기 위해 만들었다. 1955년 정수동이라는 마을 사람이 인근에서 12주의 백련을 옮겨 심고 그날 밤 꿈을 꿨다. 하얀 학들이 저수지에 가득 내려 백련꽃이 만발한 것 같았다. 범상치 않음을 느낀 마을 사람들은 정성을 다해 백련을 가꿨다. 땅이름 회산(回山)의 의미는 '윤회의 기운이 한 곳으로 모이는 곳.'그 기운을 머금었는지 백련은 50년도 채 안된 짧은 세월에 지금의 위용을 갖췄다.

회산연꽃방죽은 훌륭한 생태학습장이기도 하다. 백련 줄기 사이로 가시연이 서식하고 있다. 충남 이남 지역에만 사는 가시연은 이제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희귀 수생식물이다. 잎은 물 위로 솟지 않고 수면에 떠있다. 잔주름이 잡혀 마치 가시가 돋아난 것처럼 보인다. 잎의 뒷면은 붉은 색이고 여름에 자줏빛 꽃을 피운다.

가시연 뿐 아니다. 수생식물 자연학습장이 조성되어 있다. 700여평의 뻘에 30여종의 희귀 수생식물을 심었다. 홍련, 가시연, 왜개연, 수련, 물양귀비, 물달개비, 부레옥잠…. 연이어 꽃을 피운다. 회산연꽃방죽은 휴식처로도 그만이다. 방죽을 일주하는 산책로와 연꽃밭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산책로를 따라 연꽃의 의미와 용도 등을 설명하는 팻말, 연꽃과 관련한 시비(詩碑)를 세웠다. 포장은 하지 않았지만 비가 와도 진창에 빠지지 않도록 단단한 흙으로 다져 놓았다.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에서 빠지면 아스팔트 위에 '연꽃'이라는 글자를 써 놓았다. 글자만 따라가면 된다. 무안군 문화관광과 (061)452-9931.

예천 회룡포(경북 내륙권)

'물돌이동'이라는 것이 있다. 강물이 굽이쳐 흐르면서 땅덩어리를 마치 섬처럼 만들어 놓은 곳이다. 한 쪽은 육지와 붙었으니 섬은 아니다. 그러나 붙은 쪽이 대부분 물에 깎이지 않는 험한 바위 지형이어서 그 안에서의 삶은 섬의 그것과 마찬가지이다.

산이 많은데다 노년기 지형인 한반도에는 물돌이동이 많다. 경북 예천군 대은리 용궁면의 회룡포는 남한에서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가진 물돌이동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만들어 놓았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물방울 모습이다. 마을 경계의 약 95%는 강물이 쌓아놓은 모래밭이고 육지와 연결된 부분은 나즈막한 산이다. 홍수라도 나면 금방 떠내려갈 것 같은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이 마을은 원래 오지 중의 오지였다. 나라의 큰 난리가 있을 때마다 인근의 사람들이 이 곳에 들어 목숨을 부지했다. 조선시대에는 귀양지로도 쓰였다. 조선 고종 때 의성 사람들이 들어와 땅을 개간하고 자리를 잡았는데 그래서 한때 의성포라 불리기도 했다. 예천군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회룡포'란 이름을 따로 지었다. 그래서 찾아가는 길의 모든 이정표는 회룡포로 되어있다.

물돌이동의 모습을 잘 보려면 강 건너 앞산인 비룡산에 올라야 한다. 통일신라 때 의상 대선사가 세운 고찰 장안사가 있다. 절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장안사를 지나 약 400m를 더 오르면 회룡대라는 전망대가 있다. 철길 침목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회룡대에 서면 입이 벌어진다. 위에서 바라보는 강물은 수평으로 볼 때와 색깔부터 다르다. 얕은 곳에서는 마치 물이 없는 듯 투명하다가 깊은 곳에서는 짙은 비취빛으로 변한다.

마을에 들어갈 수 있다. 모두 돌아보는 데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마을을 두르고 있는 모래밭에 들어서면 사정이 달라진다. 너무나 곱고 깨끗한 강모래는 바닷모래처럼 끈적거리지 않는다. 앉거나 누워 강물과 하늘을 바라보는 맛이 쏠쏠하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햇볕을 피할 그늘이 없다. 파라솔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문경에서 예천으로 가는 34번 국도에 용궁면이 있다. 면소재지를 우회하지 말고 시내로 들어가 용궁농약사 간판을 보고 우회전한다. 향석초등학교까지 간 다음 우회전해 회룡교를 건너면 회룡포로 들어가는 쇠다리가 나온다. 용궁면사무소 (054)650-6394.

강릉 단경골(동해안권)

강릉은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이자 가장 많이 알려진 여행지. 그러나 강릉의 남쪽 골짜기인 단경골(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언별리)은 강릉 시민 중에도 모르는 이가 많다. 그러나 아주 독특하게 생긴 계곡이다.

특히 바위의 모습이 그렇다. 수천 권의 책을 책꽃이에 꽂았다가 옆으로 무너뜨린 형상이다. 물은 그 무너진 책 사이로 흐른다. 어찌 보면 바위를 사선으로 쪼개놓은 것 같기도 하다. 단풍이 아름다워서 단경(丹景)골이지만 개성있는 바위의 모습 때문에 단경(斷景)이라 부르기도 한다.

단경골은 사연이 있는 곳이다.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만덕봉의 골짜기이다. 큰 사찰이나 사찰터가 있을 법한데 찾아 볼 수 없다. 신라의 고승 도선국사가 이 골짜기에 들었다. 신라를 대표하는 대가람을 염두에 두었던 도선은 골짜기의 초입에 들면서 '여기가 바로 그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산에 오르면서 도선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음기가 너무 강해 승려들이 수도를 하다가 몸을 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이 없다.

대신 어머니 품속에서 자유롭게 놀 듯 예로부터 노래하고, 춤추고, 마시는 놀이의 장소였다. 강릉의 관원들은 30리 길을 말을 달려 이 골짜기에서 즐겼다. 기생바위, 쪽짓골, 초매골 등 단경골 구석구석의 지명은 그 놀이의 흔적이다.

어머니의 골짜기 같은 이곳에 천공기나 삽을 대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한다. 1960∼70년대 인근 탄광에서 돈을 번 7∼8명의 업자들이 이 곳에서 탄을 캐려 했다. 산을 파들어가자 탄층이 나왔는데, 포기할 양도 아니었지만 수지가 맞을 정도도 아니었다. 결국 업자들은 탄맥 찾기에 야금야금 자금을 빼앗기고 알거지가 되어 산을 내려왔다. 우리 산천 전체가 이런 기운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깨끗하게 보존이 되었을까.

골짜기를 따라 차 한대가 지나갈수 있는 비포장도로가 나 있다. 길 곳곳에 풍광이 빼어난 포인트가 있고 차를 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웬만하면 입구에 차를 놓고 걸어 들어가는 것이 좋다. 거친 고갯길이 없고 거의 평지에 가깝기 때문에 산보하듯 걸으면 된다. 지난 수해에 피해를 많이 입었다. 아직도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강릉에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동해시쪽으로 남진한다. 6㎞를 달리면 왼쪽으로 안인행 진입로가 나온다. 좌회전 후 곧바로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7번국도, 1분쯤 달리면 왼쪽으로 영동공원묘원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단경골이라 쓰여진 입석이 보인다. 강릉시 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14.

영월 선돌

영월은 '여행의 신데델라'로 통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이나 힘들게 찾았던 첩첩산중이었다. 동강댐 논란이 그 아름다움을 세상으로 끄집어내더니, 때맞춰 공전의 인기를 누린 드라마 '용의 눈물'과 중앙고속도로가 가세하면서 영월은 내륙권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가 됐다.

영월에 들어가려면 구불구불한 고개를 하나 넘는다. 31, 38, 59번 국도가 합쳐져서 가는 길이다. 고개의 이름이 예쁘다. 소나기재다. 영월로 들어가는 관문인 소나기재 옆으로 진짜 문이 하나 있다. 차 안에 있으면 볼 수 없다. 고개 정상에 차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있고 약 50m 숲길을 걸으면 갑자기 앞이 확 트인다.

영월의 서쪽을 흐르는 서강을 아래로 두고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서게 된다. 휘돌아 나가는 강물에 주었던 시선이 강 언덕에 고정된다. 선돌이다. 이름 그대로 서 있는 돌이다. 거대한 바위를 전기톱으로 자르다가 만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절벽 위에 있다는 약간의 공포감과 거대한 돌덩어리를 보는 희열이 합쳐진다.

비운의 왕 단종은 청령포로 가는 길에 이 바위 옆에 앉았다. 유배지가 가까워졌음을 알고 한동안 넋을 잃고 쉬다 갔다고 한다. 절벽 옆으로 튼튼한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다. 모두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영월 여행을 한 사람들에는 선돌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 언제나 필름의 앞부분에 있다. 진정한 영월의 문인 셈이다.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370-2544.

금산 쌍홍문(영남 해안권)

경남 남해의 금산은 아름다운 산이다. 이름도 비단(錦)산이다. 옛 이야기가 내려온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이 산에서 기도를 했다. 천하를 얻으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천하를 얻었지만 비단을 구할 길이 없었다. 대신 비단이라는 이름으로 산을 덮었다.

금산은 돌투성이 산이다. 기기묘묘한 바위가 많다. 무려 38경에 이른다. 쌍홍문은 금산 3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풍경이다. 이름의 뜻은 한쌍의 무지개(雙虹)이다. 무지개 같은 바위 두 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큰 바위에 무지개 같은 구멍이 뚫려 있다. 작은 구멍이 아니다. 아예 금산 등산로가 그 구멍으로 나 있다. 어떻게 산 위의 바위에 저런 구멍이 뚫렸을까. 신의 조화일까, 사람의 원력(願力)일가. 문이 있으면 수문장이 있는 법. 앞에 장군바위가 문을 지키고 있다. 천장 부근에 조그만한 구멍 세 개가 보인다. 돌을 던져 세 구멍에 연속으로 집어넣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쌍홍문은 보는 마음에 따라 달리 보인다.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아름답고 신비롭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생각을 가지면 섬뜩하다. 백골에 난 커다란 눈구멍처럼 보이기도 한다.

쌍홍문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상주 해수욕장 인근의 등산로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방법이 첫째이다. 쉬운 등산로이지만 뙤약볕에서는 힘들다. 두번째는 산 반대편인 복곡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산의 9부 능선의 보리암까지 갔다가 등산로로 약간 하산하는 방법이다. 한려해상관리사무소 (055)863-3522.

/글·사진 권오현 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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