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번역해서 낸 한국의 그림책 '강아지 똥'을 지금까지 6만 부나 팔았습니다. 일본 그림책에서는 볼 수 없는 강한 개성에 어머니들이 '몰표'를 준 것 같습니다."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9일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일본 중견 출판사 헤이본샤(平凡社)의 시모나카 나오토(下中直人·50) 사장은 한국 그림책에 관심이 많다. 할아버지부터 3대를 이어 출판사를 꾸려오면서 백과사전을 중심으로 사진집, 지도 관련 책 등을 주로 내다가 처음으로 낸 그림책 '강아지 똥'이 11쇄를 돌파하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림 터치가 독특한 데다 똥이라는 소재, 거기서 생명이 나온다는 참신한 주제 모두 감동적입니다. 이어 낸 보리의 계절 그림책 '우리 순이 어디 가니' '심심해서 그랬어'도 반응이 좋습니다." 가장 최근 헤이본샤에서 번역해 낸 한국 동화책은 사계절에서 낸 베스트셀러 동화책 '마당을 나온 암탉'(황선미 지음)이다.
최근 불황으로 국내 출판계가 된서리를 맞고 있지만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출판계는 우리보다 사정이 더 나쁘다. "출판계 전체가 6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입니다. 특히 일본 출판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화와 잡지 판매 저조가 큰 타격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100만 부 이상 팔린 책이 없고, 20만 부만 팔아도 대형 베스트셀러에 드는 것이 일본 출판계 실정이다. 하지만 헤이본샤는 한국 그림책 번역 출간 등 출판물 다양화에 성공해 지난해 8,000만엔의 이익을 내는 등 2년 연속 흑자를 보았다.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상처 입은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에세이 종류가 잘 팔린 것 같다"며 불황기의 일본 베스트셀러 경향을 설명했다.
한국에서 둘러본 곳 가운데 인상에 남는 곳은 파주 출판문화단지라고 했다. "다른 나라에도 이런 프로젝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직 성공한 곳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기반 시설도 중요하지만 결국 관건은 일을 꾸리는 사람입니다."
/글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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