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여자의 체형중년 여자들은 젊은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빛나던 처녀적 몸매를 그리워한다. 20대만 해도 굵은 허벅지 정도로 고민했는데, 40∼50대의 살에 대한 걱정은 스케일이 다르다. 점점 커지는 가슴과 엉덩이, 굵어지는 팔과 허리… 고민은 몸 전체로 확대된다. 어디 겉모습 뿐이랴. 간 심장 대장 등 장기와 근육에도 기름이 끼기 시작한다. 동글동글한 중년 아줌마의 체형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여성 몸무게 60세까지 계속 증가
남자들은 보통 50세까지 체중이 늘다, 이후부터는 체중이 빠지기 시작한다. 여자는 60대까지 계속 체중이 는다. 이러한 남녀 차는 체질량 지수 비교에서도 나타난다. 국민건강 영양조사 통계를 바탕으로 국내 연령별 체질량 지수(㎏단위로 측정한 체중을 m단위로 측정한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분포를 조사한 결과 남자는 40대까지 체질량 지수가 증가하다가 50세 이후 감소하고, 여자는 60대부터 감소했다. 40세 이전 연령에서는 여자의 체질량 지수가 남자보다 작다가 40세 이후 높은 값을 나타냈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여자는 40대부터 1년에 1∼2㎏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노화 현상중 하나로 나타나는 체중 감소는 근육 조직의 감소 때문에 일어난다. 일부 체중감소는 피하지방 감소와 뼈 조직의 손실에 의해 일어난다. 수분의 감소 역시 체중감소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40대부터 점점 줄어드는 여자의 키
여자의 키는 40대부터 줄어들기 시작, 10년에 1㎝씩 감소한다. 70세 이후부터는 감소 폭이 더욱 빨라진다. 50대 이후부터 점점 작아지는 키는 뼈와 근육, 관절의 노화와 관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키를 결정하는 척추관절의 간격(디스크)이 줄어드는 데다, 골다공증이 진행되면서, 척추 자체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노화 때문에 7㎝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남자들도 노화하면서 키가 감소하지만, 키가 줄어드는 정도는 여자가 더 크다. 또 키가 줄게 되면, 체중이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비만도가 높아지게 되므로 중년여자의 나잇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30대 임신과 출산이 결정적 계기
전문가들은 처녀 때 날씬하던 몸매가 출산 후 엉망이 되는 것은 임신 출산과 관련이 깊다고 주장한다. 출산 후 6개월이 지나면 부기도 빠지고 태반과 아기도 뱃속에서 빠져 나갔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약 1㎏밖에 늘지 않아야 한다.
강재헌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교수는 "한국 여자는 과거 배고프던 시절에 대한 기억때문인지, 임신 중에는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 면서 "요즘처럼 영양상태가 좋은 상태에서는 산모들에게 특별한 영양공급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보통 임신시 지나치게 체중이 늘면 태아가 너무 커서 정상분만이 어려워지는 등, 오히려 산모에게 건강상 여러 가지 문제만 일으킬 뿐이다. 만삭까지 12∼13㎏ 정도 증가하는 게 정상인데, 최근엔 20㎏이상 증가하는 산모도 많다는 것이다.
출산 시 몸조리를 한다고 한두 달 바깥 출입을 삼가는 것도 비만의 계기로 작용한다. 집에만 있다 보면 신체활동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위생이 좋지 않았던 시절엔 출산 후 감염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영양상태가 좋아진 요즈음에는 출산 후 가능한 한 빨리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건강과 체중조절에 모두 좋다.
처녀 때보다 덜 먹어야 살 안찐다
중년 여자가 처녀 때와 비슷한 몸무게를 유지하려면, 젊었을 때보다 덜 먹어야 한다. 에너지소모율(기초대사율) 때문이다. 기초대사율은 20대를 정점으로 서서히,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섭취 열량은 높고 소비열량은 낮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신체 활동도 줄어드는 데다, 근육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근육량에 비례하는 에너지 소모율도 점점 낮아지게 돼 적게 먹는데도 살이 찌게 된다"고 말했다.
살을 빼려고 단식이나 지나친 절식을 하는 것도 기초대사율을 오히려 낮추기 때문에 좋지 않다. 단식으로 몸에 기아의 경고가 오면, 근육량을 감소시키고, 기초대사율도 더 떨어진다. 강교수는 "음식을 몰아먹는 것도 좋지 않다"며 "하루에 1,200㎉를 먹더라도 세끼에 나누어 먹지 않고 한 두끼에 몰아서 먹으면 기초 대사율이 크게 낮아져 절식의 효과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1주에 0.5㎏의 체중을 감소하려면 종전 1일 섭취량에서 약 500㎉를 줄이도록 한다. 밥 한공기를 기준으로, 매끼 자신이 평소 먹던 량보다 3분의 2씩만 섭취하도록 한다. 감량 목적은 아니지만, 나잇살을 더 이상 먹고 싶지 않다면, 100∼200㎉를 줄이도록 한다. 세끼 중 두끼는 평상시처럼, 한끼만 3분의 2정도 섭취하면 된다. 반찬이나 간식의 열량도 만만치 않으므로, 밥의 양과 비례해 줄여야 한다. 10∼20년 전 밥공기는 거의 지금의 두배 크기다. 그러나 과거엔 배가 나온 여자가 거의 없었다. 반찬이나 부식으로 섭취하는 열량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운동하면 기초대사율 높아진다
규칙적인 운동은 건강유지 뿐 아니라, 살을 빼는 데도 효과적이다. 체중유지를 위해서라면, 주 3회 하루 30분 이상 운동해야 하며, 살을 뺄 목적이라면 가능하면 매일 운동하는 것이 좋다. 운동은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근육량도 풍부하게 한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한때 유산소 운동만이 강조됐으나 90년대 이후엔 근육을 만드는 무산소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운동 효과를 높인다는 개념이 우세하다. 유산소 운동은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줄넘기 수영 에어로빅 같은 운동으로 보통 3분이상 지속적으로 해야 하며, 심혈관계와 호흡기계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역도 단거리 달리기 헬스 아령 스트레칭 요가 같은 무산소 운동은 지방을 연소시키고 근육 양을 늘려 장기적으로 기초대사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yjsong@hk.co.kr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 ?…YES !
비만센터를 찾는 상당수 여자는 자신은 별로 먹지 않는데 살이 찐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이 적어온 식사일기로 섭취 열량을 분석해보면 실제로 섭취열량이 보통이거나 보통이하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들의 하소연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비만센터를 방문한 한 30대 여성은 158㎝ 키에 체중이 68㎏로 비만에 해당됐다. 이 여성의 하루 섭취 열량은 1,800㎉로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다. 본인의 표현을 빌면"허기가 져서 기운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먹는 것이 없는데 살은 자꾸 찌는 상태"였다. 아침은 우유 한 잔, 점심은 작은 빵 하나와 커피 한 잔으로 마친다고 했다. 오후에는 배가 고파 과자나 빵으로 간식을 좀 하고, 저녁식사는 여느 가정과 비슷하게 먹는데 좀 많이 먹는 편이라고 했다.
이렇게 적게 먹는데 살이 찌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여자는 저녁식사 후 다음날 점심때까지 약 18시간동안 우유 한 잔을 제외하고는 거의 먹은 것이 없다. 이때 신체 내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된다. 따라서 열량소모를 최대한 억제하고 절약한 칼로리를 체내에 지방으로 저장하여 비상식량으로 비축한다. 열량소모를 억제하므로 몸은 기운이 하나도 없지만, 체중은 점점 느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게다가 오후 간식이 400∼500칼로리나 돼 아침을 걸러도 총 섭취열량은 그리 낮지 않게 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같은 열량을 섭취하더라도 폭식과 결식을 반복하면 기초대사율이 낮아져 체중조절에 반드시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항상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데도 살이 빠지지않아 고민인가? 아침을 거르지 말고, 군것질을 피하고 가능하면 틈내어 운동하는 것이 잘 먹고도 살 안 찌는 지름길이다.
강 재 헌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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