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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얼굴/ 40년전 "청의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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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얼굴/ 40년전 "청의회" 회원들

입력
200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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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40년이 더 지났습니다. 정말 보고 싶은 얼굴들입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보고 싶습니다. '청의회' 회원들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1960년대 초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화, 숙명, 진명, 배화, 무학여고생들과 휘문, 중앙, 보성, 양정, 배재고생들 중 청의회 회원이었던 40년 전의 친구들을 보고 싶습니다.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우리는 그 당시 연세대 대학원 철학과 선배를 지도교사로 남산시립도서관의 한 회의실에서 주말마다 하교 후 모였습니다. 덕수궁, 비원, 운현궁 등의 잔디밭과 회의실에서도 모였습니다. 농촌봉사, 양로원 방문 등 사회봉사와 학문, 예술, 문학, 조국의 발전과 민주주의, 남녀 고교생들의 장래와 꿈에 대해서 토론하고 웃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봄과 가을에는 교외로 야유회도 갔었지요. 우이동과 장춘단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가끔 식수로도 사용했습니다. 가재, 송사리, 나비들과 숨바꼭질도 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신당동에서 을지로 3가까지 전차를 탔습니다. 비원 옆 휘문고까지는 청계천 다리 위를 걸어서 다녔습니다. 그 다리 위를 걸으면 잠자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날았습니다. 제비들도 아는 체를 했습니다. 청계천에서는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 오르내렸습니다. 그 옆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보통 하늘은 구름이 한 두 점 있거나 거의 온통 푸르고 높았습니다. 여름의 가로수 그늘은 신선했습니다. 갑자기 비둘기들이 길을 막아 서면 행인들은 비껴서 걷기도 했습니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40년이 더 흘렀습니다. 40년 전, '내 놀던 옛 동산에 다시 와보니' 산천도 의구하지 않고 인걸도 간 데가 없습니다. 그리운 청의회 회원들은 단 한 얼굴도 만날 길이 없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용무차 조국을 방문했습니다. 머지 않아서 다시 해외로 돌아갑니다. 떠나기 전에 그 얼굴들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김구현(전 노스센트럴텍사스칼리지 교수)·미국 텍사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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