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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개성공단 탐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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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개성공단 탐나지만…"

입력
200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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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 수년에 걸친 지리한 줄다리기 끝에 최근 본격화한 개성공단 사업이 중소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개성공단의 저렴한 인건비와 입지조건이 인력난과 수도권 공장부지 부족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높은 지가와 불안정한 지역 정세 등은 아직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인력난과 수도권 공장부지의 대안

지난달 30일 북한 개성 평화리에서 열린 '개성공단 착공식'을 방문하고 돌아온 120여명의 정·재계 인사들은 하나같이 개성공단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김영수 기협중앙회장은 "참석자들마다 갈 때와 올 때의 반응이 달랐다"며 "개성 공단이 서울과 1시간 거리밖에 안 된다는 점에 흡족해 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조성사업은 평양에서 170㎞, 서울에서 70㎞ 떨어진 개성직할시 일대 2,000만평에 공업단지 800만평과 배후도시 1,200만평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 시행은 한국토지공사가, 시공은 현대아산이 맡아 2,200억원을 투입, 2007년까지 100만평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첫 단계로 입주 가능한 기업은 섬유, 의류, 전기, 전자 분야의 300여 업체다.

벌써부터 여러 중소제조업체들이 개성공단 입주를 희망하고 나섰다. 전자조합과 부산신발지식산업연합회는 각각 19개·41개 업체를 연합, 공동 협업생산기지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명화 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한국단자공업, 남해전자 등을 주축으로 모두 5만평의 부지를 신청했다"며 "중국, 베트남 등과는 달리 언어소통이 가능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어 생산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사출 성형기 제조업체 우진세렉스 관계자는 "사출기 부품인 주물 소재를 북한에서 조달하면 원가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며 "물류비를 감안하더라도 국내보다 30% 이상의 가격경쟁력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은 분양가와 정치적 불안정이 문제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320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남북경협추진현황을 조사한 결과에도 전체의 80.9%가 개성공업지구를 투자진출을 위한 희망지역으로 선택했다. 이처럼 높은 관심의 주원인으로는 저렴한 인건비가 꼽힌다. 개성공단의 1인당 월급은 7만8,000원(65달러) 수준이다.

문제는 부지 분양가다. 최근 기협중앙회가 개성공단 입주희망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생각하는 적정 분양가는 평당 10만3,000원이었다. 그러나 공단개발자인 현대아산에서 제시하는 가격은 평당 30만∼40만원 선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동남아 등 외국에는 충분한 투자만 한다면 부지는 무료로 제공해준다는 곳도 많다"며 "10만원대 이상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한국토지공사 김진호 사장은 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개성공단 설명회에서 "우리 정부가 외부기반시설비용 1,095억원을 지원하고 북한측도 평당 8달러의 토지 임대료 요구를 철회해야 평당 10만원대 분양이 가능하다"며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 핵문제 역시 심각한 걸림돌이다. 중소기업계는 북핵 문제가 미해결된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언제든지 경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 정치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고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투자보장 등 4대 경협합의서가 조속히 발효되고 육로를 통한 자유로운 인적, 물적이동의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수환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들도 장밋빛 환상에서 벗어나 보다 냉철한 자세로 사전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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