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출범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이하 통치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통치위의 출범은 비록 제한적이지만 그 동안 미 군정이 장악했던 통치권의 일부를 이라크인들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통치위 위원 25명과 미 군정의 폴 브레머 최고 행정관 등은 첫 회의에서 "이라크인에 대한 이라크인의 통치가 시작됐다"는 등 자찬의 논평을 쏟아냈다. 통치위는 늦어도 내년 중 총선을 실시해 2005년까지 과도정부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우려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 통치위는 예산안 편성·승인권 정부 각료, 외교관, 중앙은행 총재 등에 대한 임면권 헌법 초안을 작성할 헌법기초위원 10명에 대한 임명권 등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 군정이 모든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언제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름만 통치(governing) 기구일 뿐 실제로는 자문(advisory)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이라크 시민들은 통치위를 미국의 '꼭두각시 기구'라고 폄하하고 있다. 이날 첫 회의에서 통치위는 사담 후세인의 24년간 통치기간에 제정된 6개 국경일을 폐지하는 한편 연합군이 바그다드를 함락하고 후세인이 도주한 4월9일을 새로운 국경일로 지정했다. 통치위가 폐지한 국경일에는 1958년 군주제 폐지 기념일인 7월14일과 68년 후세인의 바트당이 집권하는 계기가 된 쿠데타 기념일인 7월17일이 포함돼 있다.
통치위 내부에서도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친미파인 아흐메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 지도자는 13일 미군을 '해방군'으로 표현하고 통치위의 권한이 충분하다고 평가한 반면, 시아파 반체제 종교지도자인 모하마드 바키르 알 하킴은 "점령군(미군)은 우리에게 매우 제한된 권리만 위임했다"고 비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종파 구성이 다양해 가뜩이나 결속력이 약한 마당에 친미파와 반미파의 갈등이 통치위 전체의 분열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원들의 대표성도 도마에 올랐다. 위원 25명 전원이 민주적 선거가 아닌 연합군 임시기구(CPA)의 지명으로 임명된 것은 태생적 한계라는 것이다.
특히 찰라비와 알 하킴 등 반체제 망명 인사가 7명이나 뽑힌 것에 대해 "가혹한 독재의 시절에는 조국을 버렸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시민들의 반감이 높다.
과도 정부의 예산 확보 역시 걸림돌이다. 미국은 일단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예산을 충당한다는 입장이지만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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