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몰. 다소 늦은 시간인데도 내부에는 쇼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할인점에서 기저귀를 고르는 젊은 부부와 심야영화를 즐기러 온 다정한 연인들, 쇼핑객 사이로 바퀴신발을 타고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학생들까지 밤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도 가득했다. 남편과 쇼핑을 즐기던 주부 이모(47)씨는 "월드컵몰 개장 후 산책을 겸해 거의 매일 찾는다"고 말했다.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지 50일. 관리 비용도 뽑지 못하는 골칫덩이였던 것이 이제는 상암동의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영화를 즐기고 식사까지 마친 뒤에 느긋하게 쇼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
2만5,000평에 달하는 월드컵 몰에는 현재 대형할인점과 10여 개의 극장, 예식장 등이 들어섰다. 관람료 200원(어린이 100원)이면 '대∼한민국' 함성이 여전히 메아리 치는 듯한 경기장 내부를 둘러볼 수도 있다. 매장 내에 마련된 식당가도 인기. 가족과 함께 식당가를 찾은 박모(35)씨는 "웬만한 뷔페 식당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1층에는 이 달 말 완공예정으로 스포츠센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3층에는 노천카페가 들어설 계획.
할인점 이봉진(41) 점장은 "월드컵경기장이 쇼핑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인근 주민들이 휴식을 겸해 즐겨 찾는다"며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판매량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장 주변에는 드넓은 공원이 시민들을 반긴다. 하늘공원, 평화의 공원, 난지천공원, 노을공원, 난지한강공원 등 5개의 대규모 녹지공간으로 이뤄진 월드컵공원에서는 가족단위의 시민들이 돗자리를 펴고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두 차례 공원을 찾는다는 주부 박모(35)씨는 "하늘공원에서 시원한 강바람이 풀잎을 흔드는 소리를 들으며 걷노라면 더위도 근심도 사라진다"며 최고의 피서법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여기에 월드컵공원에서 갖가지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마련,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름철을 맞아 요란해진 풀벌레 소리를 비교하거나 산책로 주변에 피어난 들꽃을 만져보고 향기를 맡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월드컵경기장 옆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이행종(38)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지도 때문에 최악의 도시 환경을 상징하는 곳이었던 상암동이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태어났다"고 흐뭇해 했다.
하지만 월드컵 몰 내부의 편의시설 부족에 대한 불만도 있다. 주부 문모(46)씨는 "매장 내 이동공간이 좁고 쉴 곳이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상암동 주민 채점수(50)씨는 "평일에도 쇼핑객들이 몰리는 시간이면 일대에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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