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에 '외팔이'가 돌아온다. 제 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홍콩 무협영화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쇼 브라더스사의 영화 여섯 편이 관객을 찾는다. 1960·70년대를 풍미한 쇼 브라더스는 장철, 호금전, 이한상 감독 등의 무협영화를 통해 무협영화 전성기를 구가했다. 쇼 브라더스의 주류는 환상적 와이어 액션, 단신으로 적의 무리를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는 과장된 남녀 영웅상, 피범벅이 되어서도 쓰러지지 않는 주인공의 비장미를 특징으로 한 무협 판타지다. 그 속엔 홍콩인의 대륙에 대한 무의식적 향수와 영웅 대망론이 숨쉬고 있다.이번에 소개된 영화 여섯 편은 마니아들이 꼽는 장철 감독의 '복수', 호금전 영화의 서막인 '대취협', 쇼 브라더스의 '마이더스의 손' 이한상 감독의 '양산백과 축영태' 등이다. '협녀' '용문객잔' 등으로 홍콩 무협영화의 대명사가 된 호금전은 그와 동시대에 쌍벽을 이룬 무협의 대가 장철과 여러 모로 비교된다. 호금전이 광활한 상상의 공간을 벌리고, 무협과 무용을 구분할 수 없는 유려한 동작을 그려 넣는다면 장철은 호금전보다 자극적이다. 유혈이 낭자한 가운데 주인공이 일당백으로 적을 쓰러뜨리는 장면은 처절하기 그지 없다.
이번 영화제에서 눈여겨볼 것은 '와호장룡'에서 푸른 여우로 나왔던 정패패와 '영웅본색'에서 장국영의 형으로 나왔던 적룡, 그리고 무협 최고의 스타로 군림했던 왕우다. 정패패는 고운 자태를 뽐내며 환상적인 액션을 펼치고, 적룡은 쇼 브라더스의 스타 왕우와 함께 무협 최고수의 고독하고 비장미 넘치는 액션을 보여준다. www.pifan.com 1544―1555
/이종도기자 ecri@hk.co.kr
● 주요작품 5편
대취협(大醉俠) 감독 호금전 1966년
국내 개봉명은 '방랑의 결투'. 검객 금연자(정패패)가 도적떼에 납치된 오빠를 구하러 소굴로 뛰어든다. 금연자가 객잔에서 단신으로 남자 검객들을 물리치는 장면은 단연 압권. 장풍을 비롯한 과장된 액션이 두드러진다.
금연자(金燕子) 감독 장철 1968년
국내 개봉 제목 '심야의 결투'. '대취협'에서 나왔던 정패패가 역시 금연자로 출연. 은붕은 사랑하는 금연자를 강호로 불러내고자 곳곳에서 도적을 죽이고 금연자의 비녀를 표적으로 남긴다. 왕우가 기나긴 계단을 오르며 적들을 낙엽처럼 쓸어버리는 장면이 눈을 압도한다.
독비도(獨臂刀) 감독 장철 1967년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라는 제목으로 더 유명하다. 외팔이 검객 왕우 시리즈의 첫 작품. 펑강(왕우)은 아버지가 스승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뒤 스승의 총애를 받으며 자란다. 스승의 딸에게 오른팔을 잃지만 스승이 위기에 처하자 은혜로 보답한다. 눈밭에 피를 흘리며 떠나는 장면이 처연하다.
십삼태보(十三太保) 감독 장철 1970년
국내 개봉 제목 '13인의 무사'. 당 말기, 지방 제후인 리계영이 아들처럼 아끼는 13명의 무사가 있다. 반군이 장안을 차지하자 13명의 무사들이 일어선다. 적룡과 왕우 등이 화려한 검술을 뽐내며 수천의 반군을 물리친다. 왕우가 제후에게 미움을 산 뒤 네 마리 말에 묶여 사지가 찢기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복수(報仇) 감독 장철 1970년
단연 최고작. 경극배우 적룡은 아내를 희롱한 극단주에게 경고장을 보내지만 앙심을 품은 극단주는 부하를 시켜 적룡을 난자한다. 적룡의 동생 강대위는 극단에 잠입, 복수를 가한다. 두 눈을 잃고 적룡이 무참하게 쓰러지는 장면과 경극을 교차시킨 장면에는 비감이 넘친다. 흰 양복을 입은 강대위가 온몸을 피로 물들이며 계단으로 떨어지는 대목은 피로 쓴 무협의 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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