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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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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골탕

입력
200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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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탕 먹이다'라고 할 때의 '골탕'은 소의 등골이나 머리골에 밀가루나 녹말을 묻혀 기름에 지진 다음 맑은 장국에 넣어 끓인 음식이라고 한다. 이 말이 어떤 경로를 거쳐 '심한 손해나 곤란'이라는 뜻으로 변해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말이 이토록 오래 살아남은 것을 보면 어원을 떠올리지 않아도 될 만큼 그 어감과 실제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월간 '맥심' 6월호는 '왕재수들 골탕 먹이기'라는 코너에서 매우 간단하고 신선하면서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방법을 몇 가지 권하고 있다. 그 중 하나만 소개한다. 평소 싫어하던 인간에게 전화를 걸어 통신회사라고 말한다. 현재 지역선로 수리 중이니 전화벨이 울리더라도 받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걸어 그의 짜증이 폭발할 때까지 5분이고 10분이고 끊지 않는다. 마침내 그가 받으면 '받지 말라는데 왜 받느냐'며 따지고 전화를 끊는다. 구체적 인물을 떠올리며 그를 골탕먹이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미움은 어느 정도 가신다. '골탕 먹이다'라는 말의 용례를 모르는 외국인이나 어린이가 있다면 위의 사례를 통해 금세 이해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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