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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울트라 슈퍼 특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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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울트라 슈퍼 특검법

입력
200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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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흘리니까요! (Sirs, 'cause you leak!)" 1987년 미 의회의 이란―콘트라 청문회. 스캔들의 주역인 국가안보회의(NSC) 소속 올리버 노스 중령은 의원들의 추궁에 대뜸 이렇게 반박했다. 방청석에선 웃음이 일었다.이란―콘트라 스캔들은 레이건 미 정권이 이란에 무기를 판 자금을 니카라과 우익반군 지원금으로 전용한 사건이다. 물론 노스 등이 이 거래를 비밀에 붙인 것은 의원들의 정보 유출 습성 때문은 아니다. 이란에 대한 무기수출, 의회의 동의 없는 군사지원은 모두 실정법 위반이었다. 당시 정권 핵심들이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자는 '역사적 의무감'에서 야당이 지배하는 의회를 따돌리고 초법적인 공작을 벌인 게 사건의 골자다.

하지만 이 조크가 금방 통할 정도로 미국 의원들의 정보 흘리기도 어지간히 흔했던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청문회 도중 비공개 보고서가 뉴욕타임스에 보도됐고, 유출책임자로 지목된 패트릭 리히 의원은 상원 정보위 부위원장직을 사퇴해야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보도도 기억이 난다. 9·11 테러 발발 한달 만의 일이었다. 아프간 공격 작전에 관한 CIA의 비밀보고서가 워싱턴 포스트에 낱낱이 실렸다. 백악관은 "젊은 병사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고 비난하면서 정보제한조치를 취했다. 미 대통령은 의회에 대한 정보를 차단할 수 있는 행정특권이 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치열한 기 싸움 끝에 1주일 만에 철회됐다.

정보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통하는 진리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행정부와 입법부는 정보공유 문제를 놓고 힘겨루기를 한다. 그런데도 차질 없이 돌아가는 것은 상거래처럼 유통과정에서 '마진'(margin)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은 '유출 분'을 감안해 정보를 전달하고, 의원들은 마진 속에서 이를 활용한다. 철도 선로와 선로 사이, 맞물린 톱니바퀴 사이의 적당한 틈새와 같다. 탈선(脫線)을 막는 유격(有隔)의 원리다. 때로 잡음이 나지만, 정보 유통의 합리성은 각각 적절한 마진을 스스로 책임지는 데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1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한나라당의 재수정 특검법안은 불합리하다. 다른 수단들을 다 놓아두고 다짜고짜 형사고발을 검토하겠다는 국정원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법안의 내용, 그리고 정보 유출에 대한 이유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97년부터 2002년 사이 북한의 고폭실험 정보가 가치가 있는가, 그 정보의 은폐 여부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문제는 차치하겠다. 이 정보를 우리측에 제공한 미 클린턴 정부가 같은 기간 북한에 대해 대화정책을 폈고, 중유공급을 하는 등 제네바 합의를 준수했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한나라당의 말대로 상황이 심각하다면 지금 지난 정권에 대한 특검을 하고 있을 때도 아니다.

무엇보다 법안이 내포하고 있는 책임 회피 문제가 비판 받아야 한다. 이 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하고, 국회를 재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안은 사장되고 갈등과 대결만이 남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TV 회견, 전 정권 관련자들의 발언을 보며 "너희들은 몰라도 돼"라는 독선이 깔려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한나라당의 법안을 보며 진상규명 보다 '탈선'을 바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일각에선 수사범위가 무한정이라서 '울트라 슈퍼 특검법'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내게는 '울트라 슈퍼'가 잘 치료되지 않는 유행병의 수식어처럼 들린다.

유 승 우 정치부차장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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