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햄버거를 사서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아이라면 누구나 햄, 소시지를 비롯해 각종 튀김과 패스트 푸드를 좋아한다고 믿고 있던 이씨는 친구의 아이가 햄버거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된장찌개에 밥을 썩썩 비벼 먹는 모습을 보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유·아동기에 바른 식습관를 길러주는 것이 부모들의 숙제로 떠올랐다. 최근 들어 소아 비만과 어린이 성인병이 급격히 늘자 최근 소비자보호원까지 나서서 '패스트 푸드가 소아 비만과 어린이 성인병의 주범'이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방학에는 학습능력 향상도 좋지만 식습관을 바꿔 자녀의 평생을 좌우할 건강지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보면 어떨까?
패스트 푸드, 왜 문제인가
우선 패스트 푸드는 지나치게 열량이 높은 반면 비타민, 미네랄 등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쌀밥 한 공기(220g)가 348㎉인데 비슷한 무게(216g)의 햄버거는 500㎉나 된다.
또 지방 함량이 지나치게 높다. 한식을 먹으면 지방이 전체 섭취 열량의 20% 이하이지만 패스트 푸드에서는 30∼40%나 된다. 전문가들은 "햄버거 고기(패티)의 맛과 형태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10% 이상의 우지(牛脂)를 섞어야 하며 대개 30∼40%가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당분과 나트륨이 너무 많은 것도 해롭다. 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인체 내의 혈당량이 높아지면서 분비된 아드레날린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과잉행동과 폭력을 일으킨다. 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은 "당분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성장에도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나트륨은 수분을 혈관 속으로 끌고 들어가 혈액의 부피를 늘리기 때문에 혈압이 높아진다. 짜게 먹으면 혈압이 높아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 이를 지탱하기 위해 혈관 벽은 점차 두껍고 좁게 변해 고혈압, 심장병 등 성인병에 걸릴 수 있다.
아울러 감칠 맛을 내는 화학조미료의 주성분은 글루타민산나트륨(MSG)인데 이를 많이 먹으면 뇌장애를 일으킨다. 화학조미료는 대부분 인체의 대사과정을 교란시키고 발암물질로 작용한다. 고온에서 식품을 기름에 튀기는 것도 문제. 기름에 튀기면 심장병, 동맥경화 등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트랜스 지방이 생긴다.
밥상에서 변화를
패스트 푸드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아도 아이가 졸라 어쩔 수 없이 먹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린이를 유혹하는 패스트 푸드 광고 홍수 속에서 아이에게 무조건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가능한 한 덜 해로운 메뉴를 고르거나, 조리법을 바꾸는 방법으로 조금씩 입맛을 바꿔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볶거나 튀긴 음식보다 찌거나 구운 것을, 기름은 가능한 적게 써서 조리하는 것이다.
또 패스트 푸드를 먹을 때 늘 샐러드를 곁들이되, 드레싱은 올리브유와 같이 건강에 도움되는 것을 택한다. 특히 푸른 야채를 곁들이면 염분 배출에 효과적인 칼륨을 섭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결국 밥상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성장에 필요한 음식을 골고루 먹이는 등 영양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 아이 성장에 도움되는 음식으로는 꽃게찜, 시금치, 스파게티, 생선 조림, 육류, 감식초, 올리브유 드레싱 등이 좋다.
간식으로는 감자, 고구마, 호박 등을 쪄서 먹이거나 누룽지에 볶은 보릿가루, 생콩가루, 생쌀가루를 찬물에 푼 것을 함께 넣고 끓은 숭늉이 좋다. 아이가 반찬 투정을 하면 "키가 자라고 건강해지려면 꼭 필요한 음식"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밥 먹기를 강요하거나 야단치면 오히려 식사를 거부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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