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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뉴스엔 안나오는 특종입니다"/언저리 뉴스·한발늦은 뉴스등 뉴스 패러디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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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뉴스엔 안나오는 특종입니다"/언저리 뉴스·한발늦은 뉴스등 뉴스 패러디 붐

입력
200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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빰빰빠바밤∼빠밤∼빠밤∼.앵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5일 화요일 아침 '한국 오!락 뉴스'입니다. 요즘 방송 오락 프로그램에서 뉴스 패러디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문화부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뉴스 패러디 실태부터 말씀해 주시죠.

기자 먼저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요즘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뉴스는 무엇일까요.

앵커 시청률로 보면 20%를 넘는 KBS1 '뉴스9'가 지상파 TV 3사 가운데 가장 높지 않습니까.

기자 역시 틀렸습니다. 30% 언저리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코미디 전성시대를 연 KBS2 '개그콘서트'의 '9시 언저리 뉴스'입니다. 개그맨 장웅 김지선이 진행하는 이 코너가 황당한 반전으로 유쾌한 웃음을 끌어내며 인기를 끌자 이를 차용한 CF가 봇물을 이루고 있고 최근 한 오락 프로에서 이를 다시 패러디한 '진저리 뉴스'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MBC '코미디 하우스'의 '역사 뉴스'와 '1분 논평'도 속 시원한 풍자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MBC '생방송 화제집중'이 신설한 전유성 진행의 '한발 늦은 뉴스' 등 교양 프로에서 재미를 곁들인 뉴스 코너가 잇따라 등장하는 것도 뉴스 패러디 열풍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앵커 뉴스로 사람들을 웃긴다? 저는 잘 이해되지 않는데,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기자 네. 먼저 뉴스 패러디 열풍의 진원지인 '언저리 뉴스'를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잠깐 말씀 드렸듯이 이 코너의 인기 비결은 어이없는 반전에 있습니다. 실제 뉴스 앵커를 흉내 내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심각한 사건·사고를 전하는 듯 하다가 불쑥 황당한 결론을 꺼내 웃음보를 자극하는 것이지요.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 준비한 화면을 보시죠.

장웅 서울시내 자판기 관리가 엉망입니다. 이젠 정말 철저히 알고 드셔야겠습니다. 여의도 모 빌딩 앞에 설치된 자판기가… 제 돈 먹었습니다.

김지선 (곁눈으로 흘겨 본 후) 아, 네. 다음 소식입니다. 신생아에게 모유를 먹이면 두뇌가 좋아지고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알려진 가운데 모유의 효능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김 박사에 따르면 모유를 먹이면…돈 굳는답니다. (몸을 꼬며) 저도 모유 먹일래요.

장웅 (역시 곁눈질하며) 아, 네.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어제 방배동에 사는 박모씨가 카드빚에 시달리다가 압구정동에서 김 모 어린이를 납치해 차 트렁크에 감금한 채 48시간 동안 끌고 다니다가 그만 어린이가…땀띠 났습니다. (애교를 떨며) 요즘 무지 덥잖아요.

앵커 정말 어이가 없네요. '신성한' 뉴스를 가지고 장난 치는데 웃음이 나옵니까.

기자 저는 웃음 나오는데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지만 결국 허탈하게 끝을 맺는 것은 실제 뉴스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다른 점이 있다면 뉴스가 수박 겉핥기만 하다가 둘 다 그르다, 둘 다 옳다 식으로 끝나는 것도 모자라 뻔한 '설교성' 사족까지 다는 반면, 언저리 앵커들은 쑥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일 줄 안다는 거죠. 사람들은 뉴스의 과잉 엄숙주의를 은근히 조롱하는 데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패러디 열풍은 뉴스의 위기를 반영합니다. 뉴스에서 일방적으로 정보를 얻고 뉴스 보도가 진실로 통하던 '정보독점' 시대는 끝났습니다. 정보라면 인터넷에서 더 많이, 더 빨리 접할 수 있죠. 그렇다고 뉴스가 깊이 있는 분석을 내놓는 것도 아닙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을, 그것도 사실 그대로가 아닌 적당한 '타협의 산물'을 괜히 무게 잡고 전하는데 재미있을 리 있습니까. 차라리 황당하지만 한바탕 웃을 수 있고 더러 속 시원하게 긁어주기도 하는 패러디 뉴스에 눈길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언저리 뉴스'의 또 다른 매력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인간 심리의 일면을 콕 집어내 언어유희라는 양념에 잘 버무려서 내놓는다는 점입니다. 세상사, 인간사의 '숨겨진 1인치'를 드러내 보여준다고 할까요."

앵커 글쎄요. 기분이 점점 나빠지려고 합니다. '1분 논평'은 어떻습니까.

기자 '1분 논평'은 보다 직설적으로 뉴스의 빛 바랜 권위를 조롱합니다. 마감뉴스 시간에 그것도 꼬리에 붙어 아무도 보지 않는, 아니 (눈치를 살피며) 거의 보지 않는 논평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개그맨 김현철이 촌스러움의 상징처럼 돼버린 포마드 짙게 바른 '2대8 가르마' 머리를 하고 등장하는 것도 절묘한 장치죠. 한껏 폼 잡고 말문을 열지만 늘 이런저런 방해로 결국 논평을 하지 못합니다.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상처가…' 하고 본론에 접어들려는데 갑자기 지붕에 물이 새 물벼락만 맞고 마는 식이죠.

사실 고작 1분 안에 논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죠. 그렇고 그런 얘기만 늘어놓는 실제 논평보다 시간에 쫓겨 번번이 논평에 실패하고 마는 김현철의 모습이 훨씬 솔직해 보이지 않습니까. 썰렁하기 짝이 없는 이 코너에 의외로 열성 팬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앵커 대놓고 조롱한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역사 뉴스'는 어떤가요.

기자 '역사 뉴스'는 현장 중계차 연결이라는 포맷을 도입,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역사 속 사실을 개그 소재로 삼는 것이 그리 새롭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웃으면 복이 와요' 시절을 보는 것 같기도 했는데요, 요즘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빗대 모든 백성의 고민을 직접 듣고 풀어주겠다는 왕을 등장시키는 등 강도 높은 풍자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뉴스 진행의 전근대성을 대놓고 조롱하기도 합니다. 최양락 혼자 진행해 오다가 '삼자토론'에서 송경희 전 청와대 대변인 흉내로 화제가 된 개그우먼 전영미가 최근 여성 앵커로 합류했는데 그저 생글생글 웃으며 앉아 있기만 하는 역할로 뉴스 진행의 성차별 구조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방송 분에서 전영미는 뉴스가 끝날 무렵 벌떡 일어나 "왜 데스크에 앉혀놓고 대사도 없는 겁니까. 여자가 뉴스의 꽃입니까"라며 소동을 벌였습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보조 역할에 머물고 있는 여성 앵커들이 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합니다.

앵커 갈수록 태산이군요. 막가는 김에 더 없습니까.

기자 최근 한 방송사가 과거의 잘못된 보도를 자기반성해 화제가 됐습니다만, 신뢰를 회복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한동안 뉴스 패러디 열풍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인터넷 '딴지일보'가 올 초 한 이동전화 서비스를 통해 선보였던(내부 사정으로 서비스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오바라인 뉴스'의 보도 강령을 보면 방송사에 계신 분들, 가슴 뜨끔할 겁니다. "팩트(사실) 보도를 수치로 여기며 팩트와 오바(오버)를 2대8 가르마 비율로 혼합한 '오바이즘' 실천을 기조로, 철저한 편파 보도와 검증된 구라 보도를 지향한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오늘날 뉴스가 처한 위기의 핵심을 '똥꼬 깊수키' 느끼게 해줍니다.

앵커 그럼, 신문은 잘 했습니까. 왜곡 보도라면 일부 신문이 더하지 않습니까.

기자 흥분하지 마세요. 전국의 독자들이 지켜 보고 있습니다. (뭔가 더 말하려는 앵커를 말리며) 지금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십시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언저리뉴스 앵커 장웅 / "허무개그+뉴스로 무명설움 날렸죠"

“안녕하십니까 9시 언저리 뉴스의 장웅입니다. 최근 한 바람둥이의 엽기적 애정행각이 드러나 (중략) 그는 못생긴 여자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옥동자 버전으로) 헤헤헤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전화질 하기는…그 바람둥이는 접니다.”장웅(29ㆍ본명 장효웅)의 휴대폰에서 쏟아진 엽기적 컬러링에 가슴이 뜨끔했다. 이 멘트를 네 번이나 듣고 슬슬 부아가 치밀려는데 전화가 연결됐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만…” 하고 인터뷰를 청하자 그는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저 사실 예쁜 여자 싫어합니다.” 그 말을 누가 믿을까.각설하고 언저리 뉴스의 탄생 비화부터 물었다. “뉴스 형식의 개그야 새로운 건 아니고, 한동안 유행한 허무개그를 차용해 새롭게 꾸민 것이 먹혔지요. 지난해 12월 중순 ‘만약에’라는 코너의 일부로 선보였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뜨거워 아예 간판을 바꿨어요.”그 덕에 그는 데뷔 10년 만에 무명의 설움을 벗었다. 남의 일만 같던 CF섭외도 적잖이 들어온단다. “아직 떴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언저리 앵커로서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사실 ‘개그콘서트’의 코드는 청소년이나 젊은이 취향이죠. 그런데 ‘통 뭔 소린지…’ 하시던 40ㆍ50대 이상 분들도 언저리 뉴스 만큼은 재미있게 보신대요. 팬 층을 넓혀 시청률 올리는 데 기여 좀 했죠. 특히 배운분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요.”그는 요즘 뉴스를 끼고 산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삼기 때문에뉴스 모니터는 필수죠. 그냥 프롬프터만 보고 읽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말의 강약이나 스피드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는 “실제 뉴스가 다수의 이익을 위한 솔직한 보도를 하지 못해 불만”이라면서도 “친족 성폭행이라든가 포르노 등 뉴스에 흔히 나오는 얘기도 온 가족이 보는 언저리뉴스에서는 다룰 수 없는 것처럼 뉴스 제작자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겁게 웃을 수 있게 소재 하나, 단어하나에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어요. 뉴스가 영원하듯이 언저리 뉴스도‘개그콘서트’가 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 할 겁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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