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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할인 접고 콘텐츠로 승부"/ 인터넷서점 "YES24" 김동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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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할인 접고 콘텐츠로 승부"/ 인터넷서점 "YES24" 김동녕 대표

입력
200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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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값 할인율은 신간은 10%에 추가 마일리지, 구간은 20% 정도인 현재 상태가 가장 적당하다고 봅니다. 더 이상 제살 깎아먹기 식 값 내리기는 하지 않겠습니다."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 'YES24'의 경영권을 인수해 3일 주주총회에서 정식 대표이사에 선임된 김동녕(58) 회장이 '할인 경쟁 중단'을 선언했다.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출간 1년 미만의 신간에 대해서는 이미 할인율이 제한되고 있지만 인터넷 서점 업계에서는 여전히 할인이 가장 좋은 판매 미끼이고 매출 확대의 금과옥조가 되고 있다.

"'YES24'를 비롯한 인터넷 서점 업체들이 되도록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매출을 일정한 기반 위에 올려 놓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해 할인을 초기 전략으로 삼은 건 잘 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젠 출혈 경쟁을 접고 내실 있는 콘텐츠로 승부하겠습니다."

인터넷 서점 업계에서, 아니 서점이나 출판업계에서 '김동녕'은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재계 소식을 조금 아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는 '한세통상'(뒤에 '한세실업')이라는 회사로 30년 동안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캐주얼 티셔츠를 만들어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주로 미국을 무대로 한 한세의 티셔츠는 월마트 K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와 나이키 리복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 ANF 리미티드 익스프레스 등 이름난 캐주얼 브랜드에 납품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간 한세의 티셔츠가 3,800만 장. '미국인 7명 중 1명은 한세 옷을 입는다'는 주간지 광고도 그래서 나왔다.

옷 만들기만 고집해 온 사람이 인터넷 서점 경영이라니 속뜻이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인터넷 서점에 관심 있었던 건 아닙니다. 자체 의류 브랜드를 가질 생각으로 지난해 '쌍방울' 인수를 시도했으나 무산됐습니다. 이후 국내 패션 브랜드 인수는 어렵다고 판단해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고, 거기서 의류보다 서점이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마침 업계 1위 'YES24'가 인터넷 포털 업체 '다음'과 인수·합병 논의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5월에 221억원으로 지분 50.02%를 사들여 경영권을 인수했다. 최근 운영자금 50억원을 한세실업에서 대출 받아 투입했고, 9월 중순까지 100억 원 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990억원이었지만 손실이 90억원을 넘습니다." 김 회장은 추진하던 물류 센터 이전, 오프라인 매장 설립 등 'YES24'의 사업다각화 구상을 일단 보류했다. 불황으로 도서 시장이 서리를 맞은 상황에서는 더욱이 불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콘텐츠 강화 전략은 도서 추천 기능 강화 독자 서평 확대 커뮤니티 활성화 등이 핵심이다. 전자책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와서 보니 'YES24'에서 선풍기도 팔았더군요. 앞으로는 책과 음반, 관련 액세서리 정도에 집중할 겁니다."

김 회장이 인터넷 서점 업계 현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었던 건 경쟁사 알라딘의 조유식 사장 덕이 크다. 조 사장이 그의 처조카이기 때문이다. 그는 "'알라딘'에서 책을 사서 다달이 2권 정도 봤지만 이젠 당연히 'YES24'에서 사야죠"라며 웃었다. 혹시 '알라딘'과 합병할 계획은 없느냐고 묻자 "조 사장이 경영을 잘 하고 있다"고 피해 갔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YES24'가 지난해 합병한 '와우북'의 오프라인 서점 '골드북'(서울 신대방동)의 어음을 모두 회수하고 바로 현금으로 지급했다. 현금 결제가 기본인 온라인 서점의 유통 관행을 오프라인에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의류업계에서 성공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터넷 서점의 수익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나아가 구태의연한 국내 서적 유통 관행을 어떻게 혁신할지 자못 기대된다.

/글·사진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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