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복지금으로 쓰여야 할 수 억원을 착복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국방회관 수입금 횡령사건 피고인에 대해 취임 이후 비리척결을 다짐했던 국방장관이 직권으로 형량을 낮춰 논란이 일고 있다.14일 국방부에 따르면 조영길 국방장관은 5일 국방회관 수입금 횡령·상납사건의 주범 서모(57·군무원 4급) 국방회관 관리소장과 김모(53·현역 소장) 전 근무지원단장에 대해 '확인조치권'을 발동, 1심 형량을 각각 절반으로 감경했다. 이에 따라 지난 달 26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이 선고한 서씨의 형량은 징역 10년에서 5년, 김 소장은 징역 5년에서 2년6월로 각각 낮아졌다.
확인조치권이란 사단장 이상 지휘관이 소속 부대원에 대한 군사법원의 선고 형량을 낮출 수 있는 권한으로, 1심 판결에 한해 행사할 수 있다. 법무·사법 조직이 지휘권에 복속돼야 전투력과 군기가 유지된다는 이유로 도입됐으며 사법권 침해 논란에 따라 감경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기준을 명문화하는 등의 개선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폐지 의견도 높다.
이와 관련, 군 안팎에서는 "확인조치권이 장관에게 부여된 적법한 권한이라지만 군 비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장병 복지금 횡령 연루자의 형량을 줄여준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전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설도 나돌고 있다. 관리소장 서씨와 김 소장의 1심 형량이 각각 징역 5년과 2년 6월로 낮아졌기 때문에 2심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통해 형량을 줄이면 집행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감경 조치로 현역 장성 4명이 연루된 올해 최대 군 비리 중 하나로 꼽히는 국방회관 사건에 대한 군의 전반적인 '봐주기'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관리소장 서씨가 4년 가까이 장병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금을 빼돌리고 상관에게 상납까지 했는데도 국방부 감사실은 비리를 적발하지 못했다. 군 검찰도 형량이 무거운 수뢰죄 대신 단순 업무상 횡령 혐의를 고집했고, 서씨로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건네받은 다른 장군 1명과 대령 3명 등은 무혐의 또는 기소유예 처리했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