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3일 밤 관저에서 문희상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들과 3시간30분 동안 만찬을 겸해 대화를 나눴다.참석자들은 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주로 정치자금 제도의 개선 등 정치관계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참모들은 정대철 민주당 대표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속내를 주고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만찬에 참석한 유인태 정무수석은 14일 "노 대통령이 정대철 민주당 대표 문제에 대해 '현행 법 하에서는 누구도 정치자금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며 "노 대통령은 정 대표를 '제도의 희생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노 대통령이 정 대표가 '10억원 민주당 토스', '대선자금 200억원 모금'등의 발언을 하게 된 경위를 물었다고 전했다. 정 대표의 언행에 대한 불만 표시라기 보다는 파문을 증폭시킨 데 대한 아쉬움을 표시한 것이라는 게 이 참모의 해석이다.
노 대통령의 마음 속에서 이처럼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는 것은 정 대표 문제에 대한 정리된 대처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정치를 해오면서 정치자금과 관련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고민해왔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당내 경선은 자기생존의 돈싸움", "국민경선 자금 출처에 대해 솔직히 말못했다", "나는 2급수, 3급수를 헤엄치며 바지 가랑이에 흙을 묻히며 지나왔다"고 말해온 것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잘 드러나 있다.
노 대통령이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자금과 관련된 제도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언제까지 과거에 발목을 잡혀 동병상련이나 동정론에 머물고 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당선 직후에도 "기회가 되면 내가 먼저 이 문제를 고백하고 풀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근태 의원의 고백이 실패로 돌아갔듯이, 현실정치의 여건 때문에 새로운 고백은 역작용을 부를 수 있어 노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고태성기자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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