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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소장과 상담하세요]시어머니 병문안 온 친척들 뒷바라지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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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소장과 상담하세요]시어머니 병문안 온 친척들 뒷바라지 힘든데…

입력
200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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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62세의 맏며느리입니다. 최근 시어머니 건강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해 심경이 복잡합니다. 손님이라야 다 동기간이고 일가친척들인데 찾아오는 식구들을 말릴수야 없지만 와서 손님 노릇을 하는 터에 어떨 때는 화가 납니다. 시어머님의 병구완만으로도 힘든데, 밥 해 먹이랴 잠자리 봐 주랴 일만 더 느는 것 같아 짜증이 나곤 합니다. 제가 못된 며느리인가요?며느님도 이제 겨우 아이들 독립시키고 자신의 시간을 좀 갖나 싶으셨을텐데 병약한 시어머니 수발로 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 계시는군요.

60대 노인은 노인도 아니라곤 하지만, 노인이 노인을 모시는 부담은 큽니다.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있습니다. 또 날로 쇠약해지고 의존적이 되어가는 시어머니를 지켜보면서 '나는 늙으면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내가 저렇게 되면 어떻게하나' 하는 착잡한 심정에 심리적으로 누워계신 어른을 더 외면하고 짜증을 내거나 괜히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리곤 또 그런 자신의 마음과 행동에 죄책감이 들지요.

또 늘 옆에서 모시고 있는 맏며느리는 있는 둥 마는 둥 아는 척도 안하시다가 어쩌다 한 번 오는 작은 아들, 막내 며느리, 딸, 사위들 반갑게 맞으시는 시어머니가 야속하기도 하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날도 덥고 누워계신 어른 욕창 생길까 이래 저래 신경쓰고 있는데, 엄마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둥, 목욕은 언제 하셨냐는 둥 스치듯이 지나가며 하는 한 두 마디에 맘이 많이 상할 수 있습니다. 친정엄마 편찮으시다고 멀리서 찾아온 시누이가 고맙다가도 꼴도 보기 싫어지는순간이지요. 내가 이 나이에 왜 이러고 있나 싶으실 겁니다.

편찮으신 어른을 집에서 모시는 어려움을 스스로 인정하십시오. 힘든 일입니다. 본인이 힘든 상황에 대해 가족들에게 보다 직접적인 의사표현을 하셔야 합니다. '저희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다가는 서로 원망만 쌓이게 됩니다. 병문안을 올 때는 식사시간은 피해서 오라든지, 이왕 오려면 병원 방문시간에 맞춰와서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을 갔다오면 좋겠다든지 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또 언제 무슨 일로 외출할 일이 있으니 그 때 누가 와서 대신 봐주면 좋겠다든지, 아니면 조금씩 돈을 거두어 수발에 필요한 비용을 댄다든지 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또 동사무소나 복지관 혹은 관련기관을 통하여 간병인 혹은 도우미 파견사업, 주간보호 혹은 단기보호 등 재가복지서비스를 최대한으로 활용하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 비용은 다른 가족들과 공동으로 거두어 대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 가족들에게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병약한 시어머니를 모시는 주 수발자인 며느리가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수발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고 또 그것을 주변에서 인정함으로써 며느리의 삶의 질을 높이도록 도와주는 것이 곧 누워계신 어른을 좀 더 편하게 모시는 것과도 직결됩니다.

/노인학대상담센터 서울북부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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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주 소장과 상담하세요'는 '이성원 교수의 삶과 성'과 격주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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