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계에 '블리자드'는 신화적인 존재다. 희대의 명작 스타크래프트를 포함해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를 400만장 이상 판매했기 때문이다. 그 블리자드의 얼굴이나 다름없었던 스타 개발자 빌 로퍼(38·사진)가, 에릭 스캘퍼, 맥스 스캘퍼, 데이비드 브리빅 등 다른 핵심 개발자들과 함께 블리자드를 떠났다. 한국에도 수 차례 방문해 새로 개발 중인 게임을 열정적으로 홍보했던 빌 로퍼는 블리자드의 기둥 같은 존재. 다른 이들도 뛰어난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로서 블리자드에서 부사장급의 중역을 맡아 온 이들이어서 게임 업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빌 로퍼는 지난달 30일 갑작스럽게 블리자드에 퇴사를 통보했다. 함께 퇴사한 동료들과 새로운 개발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게임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며 블리자드란 브랜드가 없어도 몇 명의 핵심 개발자들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또 한 웹진과의 인터뷰에서는 휴대폰 번호까지 공개하며 자신들의 게임에 투자할 퍼블리셔를 찾고 있다고 말해, 블리자드로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고향과도 같은 회사를 떠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모회사인 비벤디 유니버설이 게임사업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마찰을 빚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비벤디는 만성적인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자사 사업부문 중 가장 견실한 편인 게임사업부문의 매각을 추진해 왔다. 빌 로퍼 등은 "우리가 스튜디오의 방향을 결정하거나 진행 중인 일에 어느 정도 관여하기를 원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의 퇴사로 업계에서는 블리자드가 개발 중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디아블로3 등의 제작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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