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002년 대선자금의 전모를 지체 없이 밝혀야 한다. 실태를 공개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는 게 공당의 도리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후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 그리고 나서 법과 제도의 미비점이 있으면 현실에 맞게 보완하는 게 순서다.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정대철 대표와 총무본부장으로 자금관리를 맡았던 이상수 총장의 얘기가 다르고, 그 배후에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얘기는 듣는 사람을 짜증나게 한다. 돼지저금통 모금 등으로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신당창당과 정치개혁의 동인으로 삼으려 했던 민주당의 도덕성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정 대표는 굿모닝시티로부터 대선자금은 물론 자신의 경선자금까지 받았음을 시인했다. 뒤에 말을 바꾸긴 했지만 "(2002년) 대선 때 돼지저금통 모금(80억원)을 빼고 기업체 등으로부터 200억원가량을 모금했다"고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았다. 또 "대선이 끝난 뒤 30억∼40억원이 남았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최근에 10억원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대선모금액은 돼지저금통 모금을 포함해 140억∼150억원이며 대선잔금은 20억원 정도로 모두 1월달 경상비로 썼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선관위에 신고한 대선비용은 283억원. 여기에는 80억원의 돼지저금통 모금과 123억원의 국고보조금이 포함돼 있다. 신고대로라면 민주당이 기업 등 외부에서 조달한 대선자금은 80억원 정도가 된다.
몇 십억원이 왔다갔다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혼선을 지켜보는 우리의 심정은 참담하다. 국제통화기금(IMF)때보다 어렵다는 경제상황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서민의 애환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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