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의 출자총액규제 기준을 부채비율(부채비율 100%미만 제외)에서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 대비 의결권 비율인 '대리인 비용 지표'로 교체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3일 "부채비율을 기준으로 출자총액규제를 졸업시키는 현 제도는 재무 상태가 좋은 기업에 대해서는 순환 출자를 막을 길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며 "대리인 비용 지표를 기준으로 비율이 높으면 규제하고 낮으면 규제를 면제해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리인 비용 지표란 총수 일가 지분과 계열사와 임원의 지분 등 재벌 총수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지분율을 총수 자신의 실제 현금 투입 지분으로 나눈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자총액규제는 순환 출자를 통한 재벌의 가공자본 창출을 막는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법"이라며 "부채비율보다는 대리인 비용지표가 가공자본의 형성 정도를 정확히 반영한다는 판단에 따라 출자총액규제 기준을 바꾸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대리인 비용지표를 잠정 산출한 결과 삼성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는 2.576으로 총수의 법적 지분 대비 실제의결권 비율(지배력)이 높은 반면 삼성생명과 삼성에버랜드는 각각 1.349, 1.657로 상대적으로 적게 나왔다. LG그룹도 지주회사인 LG CI와 LG EI의 비율은 각각 1.065, 1.442로 나타났으며, SK그룹의 SK C& C와 SK(주)는 각각 1.641, 1.725로 집계됐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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