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의 샴쌍둥이 민사랑·지혜 자매가 분리수술을 위해 해외로 떠난 데 이어 이란의 샴쌍둥이 자매는 수술 후 사망, 이란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이란의 샴쌍둥이 라단과 랄레 비자니 자매는 29세 성인으로선 첫 분리수술이었고, '제대로 된 삶이냐, 죽음이냐'는 실존적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샴쌍둥이는 한마디로 '불완전한 일란성 쌍둥이'다. 일란성 쌍둥이는 정자와 난자가 만난 지 13∼15일이 지난 수정란에서 개체로 성장할 부분인 내세포괴(inner cell mass)가 2개로 나뉘어 각각 성장함으로써 탄생한다. 그런데 샴쌍둥이는 내세포괴의 분리가 진행되다가 멈춰 신체의 일부가 결합된 채 태어나는 것. 분리가 중단되는 원인은 정확하지 않고 붙은 부위도 머리, 가슴, 골반, 척추 등 다양하다. 각자의 뇌와 의식을 가진 두 사람이 일부의 장기를 공유하는 셈이다.
샴쌍둥이는 조사대상과 시기 등에 따라 적게는 출산 2만5,000건, 많게는 8만건당 한번 꼴로 나타나지만 60%는 사산, 35%는 출생 24시간 내에 사망하기 때문에 생존한 출생빈도는 20만건당 한번 꼴이다.
샴쌍둥이에 대한 분리수술은 의학적으로 성공률이 낮은 수술이다. 중요한 장기나 혈관을 공유하고 있어 둘 다 살도록 분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1987년까지 세계 통계를 보면 가슴이 붙은 쌍둥이의 분리수술에서 둘 다 생존한 경우(29.2%)보다 둘 다 사망한 경우(35.4%)가 더 많고 나머지 35.4%는 한쪽만 살아남았다.
국내에선 지금까지 7쌍의 샴쌍둥이 분리수술이 실시됐다. 이중 1990년 한양대 소아외과 정풍만 교수가 처음으로 가슴이 붙은 샴쌍둥이 형제의 분리에 성공했고 94년에도 골반이 붙은 자매 쌍둥이의 분리수술에 성공했다. 그러나 수술 후 일단 생존했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으로 정상 생활이 어렵거나 시간이 지나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94년 수술에 성공한 쌍둥이 중 유정이는 지난한 재활치료 끝에 건강한 초등학생으로 자라고 있지만 유리는 병실에서만 6년을 지내다 결국 사망했다.
샴쌍둥이 분리수술은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번에 숨진 이란 쌍둥이 자매의 양부는 쌍둥이가 갓난아기였을 때와 14세 때 분리수술을 검토했다가 위험부담이 커 포기했다. 자신이 의사인 양부는 수술을 강행한 싱가포르 의사들에 대해 원망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 위험한 선택은 각각 언론인과 법조인을 꿈꾸는 29세 쌍둥이들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2000년 영국에선 한쪽이 사망할 게 뻔한 샴쌍둥이 분리수술이 법정에까지 올랐다. 가톨릭 신자인 부모는 분리수술을 거부했지만 의사들은 "수술을 하지 않으면 둘 다 죽게 된다"고 부모를 몰아세웠고, 결국 법원이 의료진의 손을 들어주었다. 수술 직후 심장과 폐 기능을 다른 자매인 조디에게 의존해 지내온 메리는 사망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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