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을 내려도 전세가 안 나가네요‥"과열 양상으로 치닫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전세값 폭락에 따른 역(逆)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1억원 이상 전세가가 빠져도 세입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 집주인들이 느는 등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세입자들도 세입자대로 방을 뺄 수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
추락하는 전셋값
13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가격은 14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 구리(-0.53%), 동두천(-0.52%), 군포(-0.46%), 광명(-0.45%), 안산(-0.28%), 부천(-0.21%), 화성(-0.21%) 등도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전세가 하락이 확산되면서 전세가가 무려 1억원이나 내린 곳도 나왔다. 서울 서초동 삼풍아파트 34평형 전세가는 최근 8,000만원 내렸다. 최근 입주한 인근 삼성래미안 34평형도 3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전셋값이 2억5,000만원선 까지 추락했다.
역전세대란에서는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서럽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다세대 건물주 박모(49)씨는 "전세계약이 끝난 지난 5월 빚 1,000만원을 얻어 방을 빼줬다"며 "2년전 4,000만원짜리 전세를 3,000만원으로 내려도 세입자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두달 동안 이자 30만원만 고스란히 날렸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 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근 S부동산 김석수 사장은 "전세가격이 지난 연말에 비해 30∼40% 내렸다"며 "보증금을 못 돌려줘 소송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전세수요 감소와 물량증가가 원인
전셋값 하락과 역전세난은 전세 물량 증가에 1차적 원인이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 새로 입주한 아파트 물량은 모두 2만9,713가구로, 지난해 상반기(1만8,027가구)에 비해 무려 64.8% 늘었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공급도 크게 늘었다. 서울지역의 경우 다가구 주택은 2000년 2만4,502호에서 2001년 8만6,362호, 2002년 10만2,823호로 급증세를 보였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들이 입주시점에 한꺼번에 전세 물량을 쏟아내는 바람에 일부 지역의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수요 급감도 최근 역전세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집값이 꾸준히 오르자 전세 수요자들이 저금리 대출을 이용해 집을 매입,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나
지속적인 전세가 하락은 매매가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상 전세가 추이가 매매가의 선행지표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지속되는 전세가 내림세는 정부의 부동산 시장안정 대책과 맞물려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부동산 비수기인 4∼6월에 전세가가 내리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아파트 매매 시장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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