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사진까지 찍고도 결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졸업장을 받지 못한 칠순의 재미동포가 49년 만에 모교인 이화여대에서 마지막 학기 강의를 듣는다.만학의 주인공은 1954년 당시 국문과 4학년이었던 정옥희(72·사진) 할머니. 지난 5월 이화여대가 재학 중 혼인을 금지했던 학칙을 폐지한 후 복학을 신청한 21명 가운데 유일한 재외동포다.
정 할머니는 지난달 27일 학교측으로부터 재입학 허가서를 받은 뒤 이화여대 후문 근처에 몇 달 동안 머물 원룸 아파트를 얻어 놓았다. 그가 다 늙어서 손녀 또래 여학생들과 공부하는 게 주책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복학을 결정한 것은 "평생 이력서를 쓸 때 '이화여대졸업'이라고 쓰지 못한 것이 마음 속 응어리로 굳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 걱정말고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오라고 등을 떼밀다시피 한 큰 딸 미셸 스틸(백악관 아·태 자문위원)과 이화여대에서 정년 퇴임한 단짝 친구 김호순 교수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됐다.
정 할머니가 졸업 사진까지 찍고도 졸업장을 받지 못한 것은 전쟁의 여파로 부친이 운영하던 제재소가 큰 타격을 입은 탓에 등록금 마련이 여의치 않아 2학년 1학기를 쉬었기 때문. 간신히 4학년 2학기를 마쳤지만 가정 형편은 더 어려워졌고 동생들이 줄줄이 있어 끝내 남은 한 학기를 더 다닐 수가 없었다.
마침 육군장교와 혼담이 오갔고 이듬해 3월 결혼식을 올리면서 자동으로 퇴학처리 되었다. 이후 그는 중앙여고와 도쿄 한국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다 77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세 딸을 키우면서 사업가와 수필가로 활동해온 정 할머니는 "재입학을 허락한 총장과 강의를 맡을 교수도 다 저보다 한참 후배지만 열심히, 재미있게 그리고 씩씩하게 공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졸업장을 받게 되는 내년 2월말쯤에는 졸업 축하연을 겸해 마무리 작업 중인 세 번째 수필집의 출판기념회도 계획 중이다.
/LA미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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