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대선자금 200억원'의 폭로성 발언을 한 이유에 대해 13일 "청와대측이 수사 진행 상황을 사전에 알았으면서도 방어해 주지 않은데 대해 섭섭함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와 시선을 모았다.문재인(文在寅)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노 대통령 중국 방문(7∼10일) 직전인 6일께 정 대표 수사와 관련된 증권가 루머 수준의 첩보가 입수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통로로 취합한 정보에 구체성이 있어 10일 노 대통령 귀국 즉시 보고하려 했으나 정 대표가 만찬에 참석하는 바람에 못했다"고 덧붙여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는 그러나 법무부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 윤창열씨의 진술 내용을 확인했다는 일부 보도는 부인했다.
따라서 정 대표는 청와대측이 6일께 수사 내용을 파악하고도 미리 말해 주지 않은 데 대해 섭섭함을 느끼고, 청와대측의 진의에 의구심을 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 대표는 노 대통령이 귀국한 10일 이례적으로 청와대 만찬에 참석, 직접 노 대통령의 뜻을 확인하려 했으리라는 추측이다. 정 대표가 이날 노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 대표는 '대선자금 200억원'발언을 쏟아낸 11일 저녁 모처에서 김원기(金元基) 고문과 청와대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 이낙연(李洛淵) 비서실장 등과 자정이 넘도록 통음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정 대표가 얼마나 억울했던지 통한의 눈물까지 보였다"고 전했다. 측근들은 당시 "앉아서 당할 순 없다" "죽여도 이렇게 죽일 수가 있나"라고 거침없이 말했었다. 정 대표의 대선자금 관련 폭탄발언이 다분히 청와대를 겨냥했음을 알게 한다.
정 대표는 이후 13일까지 잠행을 계속하며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 지구당내 '만초(萬初·정 대표 아호) 산악회' 산행에 동행하려다 오전 11시께 경기 여주 휴게소에서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정 대표는 당원들에게 자신이 받은 돈이 정치자금임을 거듭 강조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일부 측근은 "검찰이 혐의사실을 흘리고 청와대는 이를 방치한 게 아니냐"며 청와대에 대해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 대표도 앞서 12일 저녁 김상현(金相賢) 고문 등을 만나 "검찰이 정치자금을 마치 뇌물인 양 언론에 흘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정 대표는 그러나 14일 확대간부회의에 이어 금주 중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등 주초부터 당 대표로서의 일정을 빠짐없이 수행할 계획이라고 측근들이 전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