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겐조' 혹은 '한국의 요지'를 꿈꾼다.한국 패션계가 세계무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야심적 실험의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패션협회가 9일 월드디자이너프로젝트의 첫번째 수혜자로 문영희 홍은주 김지해 세 사람을 선정한 것이 그것.
월드디자이너 프로젝트는 정부(산업자원부와 서울시)가 선정된 디자이너들에게 짧게는 2년간 4억원, 길게는 4년간 8억원의 해외컬렉션 참가비용을 무상지원하고 정부차원의 홍보 및 마케팅을 펼쳐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 한명의 천재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천재경영론'처럼 이들중 일본의 다카다 겐조나 요지 야마모토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나와 세계무대서 한국패션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패션계의 열망이다.
국가대표 디자이너의 영광을 안은 세 사람은 모두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다. 문씨와 홍씨가 파리 프레타포르테(기성복) 컬렉션에 참가하고 있으며 김씨는 오뜨꾸띄르(맞춤복) 컬렉션의 초청멤버로 활동중이다.
문영희씨는 셋 중에서도 가장 탄탄한 이력을 자랑한다. 그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반열에 오르려면 패션 본고장 파리를 공략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94년 파리로 건너가 (주)SARL문영희를 설립하고 벌써 14회째 파리컬렉션에 정기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동양적인 섬세하고 간결한 선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실험정신을 담은 의상들로 현지에서도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파리의 쁘렝땅백화점, 뉴욕의 헨리벤델, 일본의 미쯔꼬시백화점 등이 그의 단골 바이어들이다.
문씨는 "이런 큰 지원을 받게되니 어깨가 무겁다"면서 "정부가 패션을 통해 국가이미지를 제고하고 산업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을 갖고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은주씨는 중견디자이너그룹인 뉴웨이브인서울 멤버로 서울컬렉션에서 오래 활동하다 지난해부터 파리컬렉션으로 무대를 옮겼다. 파리 에스모드를 졸업하고 파리 크리스티앙 디올 이너웨어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국내서는 데코의 여성복 텔레그라프 수석디자이너를 거쳐 자신의 이름을 건 디자이너브랜드를 운영했다.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복고풍 아방가르드 의상으로 국내 패션에디터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홍씨는 "현대의 패션산업은 결코 디자이너의 독창성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글로벌마인드를 갖춘 정부나 기업의 적극적 후원이 필수적인데 마침 이런 기회가 얻게돼 기쁘다"면서 "해외 명품브랜드와 맞설 수 있는, 백년이 가도 명맥을 유지하는 토종 명품브랜드를 만들어내는 초석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지해씨는 최근 2,3년 사이에 급부상한 새얼굴이다. 일본 문화복장학원 출신으로 파리에서 개인작업실을 열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2000년 오뜨꾸띄르의 초청멤버로 패션쇼을 열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지난해 한일월드컵을 기념해 발표한 월드컵 드레스가 외신을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의 모시를 주요 소재로 사용하고 깨끼 바느질법을 이용하는 등 독특한 작업이 신선하다는 평을 받고있다.
월드디자이너 프로젝트는 정부가 직접 지원한다는 점에서 세계패션사에서도 유례가 없는 기획이다. 일본의 디자이너들이 산업계의 적극적인 후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그만큼 패션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대한 정부와 패션계의 열망이 크다는 증거. 2년에 한번씩 새로운 디자이너를 추가할 월드디자이너 프로젝트가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주목된다.
/이성희기자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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