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 조치와 하반기 경제 전망에 대해 시장에서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정책은 정부의 추경예산 편성·집행, 특소세 인하 등 경기진작대책 강구와 맞물려 내수진작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대보다 낮게 전망한 하반기 3.3% 성장은 완만한 경기 회복을 상정한 것으로, 앞으로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 여력을 축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완만한 경기 회복을 상정한 한국은행의 경기 판단이 경기 전망과 관련한 주식시장의 눈높이를 낮추는 이유가 되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한국은행의 하반기 경기 전망은 최근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하반기 정보기술(IT) 중심의 경기 회복 강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비교적 보수적인 관점에서 제시한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같은 보수적인 경기 전망이 추가적인 금융완화 가능성과 지나친 경기 회복 기대에 의존한 금리 급등의 부작용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행의 보수적인 시각이 증시 속도조절에 대한 빌미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상승 추세까지 훼손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된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최근과 같은 속도조절이라는 제한적인 '뒷걸음질'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회복 자체에 대한 기대치 반감보다는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기대치 반감이 증시 상승 속도조절의 이유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주가와 상관관계가 높은 단순교역조건지수가 최근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2분기 국내기업 실적 발표가 어느 정도는 속도조절의 빌미가 될 전망이다.
첫째, 일정한 시차를 두고 종합지수 흐름과 동행적 관계를 지니고 있는, 국제유가·반도체 D램 가격 등 대표 상품의 단순교역조건지수가 6월 후반 이후 정체상태를 보이며 주가 상승 흐름과 괴리가 커지고 있어 어느 정도의 속도조절이 수반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 다음주부터 국내기업들의 본격적인 어닝시즌(Earnings Seasons)이 도래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가 7월 기준으로 추정한 업종별·분기별 이익 모멘텀(영업이익 증가율 기준)을 보면, 반도체·전자와 은행 업종의 2분기 어닝 모멘텀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이 주식시장의 중기 및 장기 흐름을 훼손하지는 않겠지만 경기 회복 속도에 대한 기대치 반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주가의 속도조절에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충분히 시장에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로 인한 속도조절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쉬어가기 정도의 속도조절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류 용 석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시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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