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발언으로 불거진 대선 자금 문제에 대해 '당정(黨政) 분리'로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에서 대처할 일이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가 나설 사안이 아니다"라는 것이다.한때 노 대통령이 대선자금 문제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과 윤태영(尹太瀛) 대변인 등은 13일 이를 일제히 부인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은 대선 자금 등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밝힐 것도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실제로 이번 사태의 추이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으나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참모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현재까지의 청와대 입장은 "돼지저금통 만으로 대선을 치른 것은 아니다","선관위에 신고된 내용이나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해명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정 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정 대표를 놓고 "검찰에 출두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것","대표직은 상징성이 있는데 실정법 위반은 좀 곤란하지 않느냐"는 등 양론이 교차하던 상황이 대략 정리됐음을 뜻한다. "나 라면 그만둘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문희상(文喜相)실장도 12일 정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을 하고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침묵에 가까운 신중함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정치자금 문제의 속성상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새로운 불씨만 제공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가 대선 자금의 조달 및 규모 등 실체를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입장을 밝혀 봐야 득이 될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노 후보는 당에 1원도 가져오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 등 수모를 겪었다","정 대표, 이 총장 등이 알아서 한 것이지 노 후보는 돈이 어디서 나서 어떻게 쓰이는지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청와대로서는 또 "지난 대선은 역대 선거사상 가장 깨끗하게 치러졌다"고 거듭 강조해왔기 때문에, 현재의 논란에 대해선 더더욱 말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정 대표 차원을 넘어 정국의 걸림돌이 될 경우 국정 운영을 책임진 노 대통령이 언제까지 '나 몰라라'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선 논란이 뒤따른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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