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기류변화가 심상치 않다. 북한의 도발적 행태가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폐연료봉 재처리설이 사태를 더욱 위기국면으로 내몰고 있는 것 같다. 지난 8일 뉴욕에서 개최된 미국과의 실무급 비공식 접촉에서 북한은 영변 핵 시설 내 8,000개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작업이 완료됐음을 통보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중대한 사태발전이 아닐 수 없다.만약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를 했다면 이는 그들의 핵 보유의지를 사실상 미국에 통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또 결과적으로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인내할 수 있는 한계선, 이른바 레드 라인을 넘는 것이 된다. 지난주 말까지 서울에서 열렸던 장관급 회담에서 '적절한 대화의 방법을 통해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한 합의정신에도 이는 어긋난다.
이제 남은 것은 북한의 이 같은 도발적 처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하느냐 일 것이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선 예상되는 것으로는 이 문제의 유엔 안보리상정과 함께 대북 경제제재, 해상봉쇄 등이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제한폭격을 요구해 온 미국 내 강경파들의 요구가 현실화될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의 이 같은 강수가 미국을 양자회담에 끌어들이려는 벼랑끝 전술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이 미국의 강경파를 자극해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안이 맞물린 것인지는 판단키 어려우나 미국이 최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집행이사국 탈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미국 측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손사래 치고 있지만 이 움직임 역시 북한을 다자 회담 석상에 끌어내려는 또 다른 엄포용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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