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나의 방송생활이 만 30년을 훌쩍 넘어 가고 있다. 1973년 2월 MBC TV제작국 예능담당 PD로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 감회가 새롭다. 잠시 일선을 떠나 홍보국장으로의 외도를 제외하고는 방송 현장을 지킨 것이다. 2001년 3월 (주)MBC미술센터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디자인, 세트, 의상, 분장, 타이틀 등 대부분이 방송미술 전문인인 직원들과 함께 방송 현장을 지키고 있다.방송 현장은 나에게 있어 삶의 현장과 추억의 산실이었고, 내 삶의 이정표가 깊게 새겨져 살아 숨쉬는 곳이다.
나의 방송생활을 잠깐 들여다보면 처음 연출은 76년에 어린이 프로인 '로보트 삼총사'였다. 누구나 처음 맡은 프로는 오랜 기억이 남듯이 나도 많은 기억이 남아 있다. 이 기억을 더 새롭게 하는 일이 일어 났다.
아마 93년도쯤일 것이다. 동료 PD 몇 사람과 경기 용인에 있는 한 골프장을 간 적이 있었다. 운동을 마친 후 골프장 책임자 한 분이 정중하게 뵙자고 연락이 와서 VIP룸에서 만나 환대를 받았다. 내가 놀란 것은 거기에 그 책임자의 가족이 모두 모여 나를 반갑게 맞이한 것이다. 그 분의 따님이 내가 76년 연출을 맡았던 어린이 프로그램에 합창단으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며 그 후로도 내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을 거의 빼놓지 않고 보았다고 말했다. 그 순간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잊지 못할 감동이었고 행복이었다.
또 한번은 '우정의 무대' 연출차 인천에 있는 모 부대를 방문해 녹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장교 한 사람이 중계차로 나를 찾아왔다. 자신이 어린 시절 '로보트 삼총사'에 출연했던 오태식(현재 중령)이라고 하면서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부족한 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면서, 인생은 계산적인 삶보다 진솔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느끼게 했다.
나는 예능담당PD로 8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대학가요제' '우정의 무대'등을 연출하였고, 특히 '영11'의 초대 PD를 맡아 대학가의 신선한 소재를 중심으로 재주꾼을 발굴했다. 지금과 다른 그때 대학가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끔 그리워 해보기도 한다.
지금은 제작 현장 일선을 떠나 있지만, 지난 시절 제작 현장의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하면서 부족하지만 350여명의 MBC미술센터 최고 경영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다.
세상사 옷깃을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하물며 함께 동고동락한 만남을 기억하고 축복해주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김 명 수 (주)MBC 미술센터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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