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30분만 걸으면 소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새소리가 들리는 숲 속에서 계곡물을 떠마셨고 가재도 잡았다. 그런데 지금의 초등학생들은 놀이공원으로 소풍을 간다. 내 어린시절 산속의 소풍과 지금 아이들의 놀이공원 소풍을 비교하면 누가 더 행복할까.깨끗한 숲속의 소풍이 훨씬 더 행복하지 않을까. 더구나 콘크리트와 인공구조물 속에 생활하는 도시인들에게는. 불행하게도 지금 어린이들에게는 마음껏 뛰놀고 자연을 한껏 느낄만한 그런 산이 별로 없다. 더구나 8월이 되면 그동안 개발행위가 제한됐던 도시지역의 많은 자연녹지가 개발 위험에 놓이게 된다.
서초구의 실례를 보자. 서초구에는 수림이 양호한 우면산이 있다. 그런데 우면산 기슭 예술의 전당과 서울시 공무원교육원 사이 2만9,600㎡의 녹지가 8월7일부터 개발행위 허가제한구역에서 해제된다. 토지의 90%가 사유지인 이곳에 개발행위 신청이 들어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녹지는 도시인의 허파이자 숨구멍이다. 이곳을 개발하고 녹지를 포기할 때, 산소가 부족한 오염된 물에서 허우적거리는 물고기처럼 우리들도 척박한 콘크리트 구조물 속에서 허우적거릴 것이다. 이제 실정법의 불비만 탓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 시민과 주민이 자구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토지공유화운동, 이른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 주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란, 개발위험에 처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시민 또는 국민 모두의 자산으로 공유·보존해 미래세대에게 물려주는 운동이다. 영국의 경우 이 운동이 이미 100여년 전부터 시작되어 현재 전국토의 1.5%와 해안지역의 17%를 내셔널 트러스트가 소유하고 있다.
서초구와 주민들은 서울시민의 허파 우면산을 지키는 우면산 트러스트 운동을 지난 6월부터 시작하였다. 우면산 자락의 토지를 매입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자 전 주민의 은행 1구좌 갖기 운동을 시작으로 기업, 종교단체, 교육기관 등이 나서고 있다. 모금을 시작한지 1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많은 성금이 답지하고 있다. 토지 소유자들은 토지의 현물기증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우면산 트러스트운동은 미래세대와의 연결끈이 될 것이다. 이런 운동이 전국으로 전파되어 제 2, 제3의 우면산 트러스트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아이들이 소풍갈 산은 지켜야 한다.
조 남 호 서초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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