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이 예상보다 적어서 힘들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최고로 크게 치고 나갈 걸 그랬어요."최근 한 공연을 기획한 기획사 관계자의 푸념이다. 이에 비해 초대형 공연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돈이 넘친다. 9월에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이탈리아 파르마극장 프로덕션의 오페라 '아이다'를 올리는 CnA의 배경환 대표는 "자금은 이미 충분하다. 지금도 투자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가려서 받고 있다"고 여유를 보였다.
최근 뮤지컬과 오페라 등이 대형화하면서 그 동안 영화에 집중됐던 창투사 자금이 초대형 공연 위주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12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20억원의 순이익을 남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3월에 막을 내린 '캣츠', 5월에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 등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공연이 돈이 되는 유망산업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캣츠'를 공동 주최한 예술의전당의 고위관계자는 "예상보다 수익이 높아 당분간 공연제작비 걱정이 없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창투사 자본이 공연에 몰리는 이유에 대해 영화 평론가 이준영씨는 "1억∼2억원의 소규모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고, 자금 회수도 3∼4개월이면 끝나 영화에 비해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연 관계자도 "영화 제작비가 상승하면서 위험부담이 커지자 영화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공연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이다 보니 엉뚱한 소문도 무성하다. 얼마 전 '로드 오브 더 댄스' 공연에 투자, 단기간에 30%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도된 CJ창업투자의 최준한 팀장은 "공연 투자의 경우 3∼4개월에 10% 정도 수익을 얻는 게 목표여서 연 수익으로 따지자면 30%라는 이야기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주최사의 발표에 의존해야 하는 수익률 발표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간다. 65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5억원의 순익을 남겼다는 '투란도트' 공연의 경우 공동주최사인 SBS의 한 관계자는 "보통 공연 종료 후 한달이 지나야 정산이 끝난다. 투란도트의 순수익은 발표보다 적고, 향후 DVD 판매 예상수익까지 합쳐도 5억원 정도"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5월 '산업화에 접어든 공연예술'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삼성경제연구소의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브로드웨이의 작품제작 자금모집은 영화의 자금조달과 비슷하다"고 전제, "엔젤 투자자의 경우 공연 수익성이 낮고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공연에 대한 애착 없이는 투자하기 어렵다"고 밝힌다.
그러나 제작비가 엄청나게 올라간 브로드웨이에 비해 국내 공연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영화에 비해 이익은 적지만 손해도 적은 게 공연"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국내도 제작비가 늘어나면서 위험부담도 커지고 있다. 영화 '쉬리'의 제작비가 20억원대였지만 '캣츠'는 23억원,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시카고'는 27억원 이상, '투란도트'는 65억원, '아이다'의 경우는 영화 '무사'보다 많은 7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현재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최고 인기 공연인 '서키 드 솔레'의 경우는 여러 국내 기획사가 경쟁적으로 달려들어 로열티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돈이 된다는 소문에 단기간에 수익을 거두려는 투자자와 성장 산업인 공연을 선점하려는 일부 기획자의 욕심사이에서 공연 시장에 빠르게 거품이 끼고 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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