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뮤지컬 회사가 국립극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성지뮤지컬컴퍼니는 2001년 7월28일부터 8월12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릴 예정이었던 창작 뮤지컬 '홍가와라'가 국립극장의 대관 취소로 공연을 못하게 되자 피해액 20억원 중 제작비 5억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2001년 9월에 시작돼 양자간의 합의로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이 소송은 '공연물 감정'에 대한 첫 사례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연물 감정이란 대본과 비디오 자료, 계약 서류와 언론 기사 등을 토대로 공연되지 못한 공연물이라도 그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방법원이 '홍가와라'의 감정 여부를 의뢰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이승엽 교수는 "정신적 위자료도 감정되는데 공연의 가치를 판단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적어도 제작비에 관해서는 산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교수가 법원에 "감정이 가능하다"는 의견서를 보내면 법원은 새로 감정인을 선임해 구체적 액수를 산출하게 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 공연 계약의 관행이다. 소송까지 가는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성지뮤지컬컴퍼니가 국립극장과 계약을 하면서 4,900여만 원의 대관료를 기한인 2001년 5월28일까지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차 연체기간 만료일인 7월18일 전인 7월9일 국립극장은 기다리지 못하고 계약 파기를 선언했고, 공연은 올라가지 못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성지 측은 7월16일 대관료와 연체료를 납부했다. "매번 연체에 연락도 안됐다."(국립극장) "월드컵 D―300 행사를 올리기 위한 일방적 파기"(성지)라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현재로서는 국립극장이 불리한 입장이다. "대관료를 기한까지 납부하지 못했을 때 냉정하게 공연을 취소시켰으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국립극장의 항변이다.
하지만 대관료를 기한까지 납부하지 않는 단체가 많고 그걸 봐주는 것이 공연계의 현실이다. 좋은 극장을 대관하기 힘들기 때문에 극장이 정해진 후 제작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연 관계자들은 이런 공연계의 불합리한 관행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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