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서 공장을 운영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주민들에게 피해도 주었을 것이고, 회사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결국 시민이 있었기 때문이니, 이제는 보답해야죠.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4동에서 40여년간 제지공장을 운영해온 삼덕제지 전재준(80·사진) 회장이 11일 시청을 방문, 시가 300억원대의 공장부지 4,364평을 시에 기증하겠다고 밝혀 시민들이 감동하고 있다.
이 부지는 안양시내 한복판의 금싸라기땅. 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수 있는 '일반주거지역'이어서 건설업자에게 땅을 넘기거나 직접 건물을 지을 경우 수백억원대의 사업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인근지역에 들어서 있던 다른 공장들의 부지에는 초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삼덕제지 공장이 이 곳에 들어선 것은 1948년. 황해도 개성 출신인 전 회장은 당시만 해도 시 외곽지역이었던 이곳의 회사를 인수, 지금까지 경영해왔다. 4만∼5만명에 불과하던 안양의 인구가 60만여명으로 늘면서 공장은 지하철 안양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도심이 됐고, 땅값도 그동안 엄청나게 오른 것이다.
전 회장은 "이곳에 공장을 세운 것은 제 자신이지만, 이후 계열사들을 거느릴 정도로 회사가 커진 것은 결국 안양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차례 가족회의를 열어 공장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는데, 아내와 아들 딸 모두 흔쾌히 동의해 마음을 굳혔다"며 "내 것보다 남의 것을 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땅을 기증하게 됐다" 고 말했다.
전 회장은 다만 대기업들의 제지업 진출로 경영난에 봉착해 이곳의 삼덕제지 공장을 이전도 못하고 아예 폐쇄하게 된 것이 무척이나 가슴 아프다고 한다. 특히 한 가족처럼 지내던 80여명의 직원들을 내보내야 하는 게 안타까워 퇴직 직원들에 대해 퇴직금과 별도로 최고 2,5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 회장으로부터 토지를 기증받은 안양시는 기증자의 뜻과 회사 이름을 따 공장부지에 '삼덕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중대 시장은 "공장 터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신청하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곳인데, 전회장의 결단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며 "앞으로 지역주민, 후손들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훌륭한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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