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시티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11일 굿모닝시티로부터 받은 돈을 포함해 10억여원을 당에 넘겼다며 대선자금의 규모를 밝힘으로써 충격파는 훨씬 커질 조짐이다. 한나라당은 당장 "정 대표가 밝힌 대선자금의 내역 공개와 법적인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에 대해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선 때 돼지저금통 모금만으로 선거를 치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미 밝혔었다"라며 청와대로 불똥이 옮겨붙는 상황을 차단하고 나섰다.굿모닝시티 사건의 폭발력이 생각보다 커질 수 있는 이유는 대선자금의 규모 등 실체도 문제거니와 이번 사건이 향후 정치상황 전개와 직·간접적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노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민주당 신주류 인사가 비리 의혹에 연루됐고 그렇게 마련된 자금으로 대선을 치렀다는 사실이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대선자금은 당 선대위가 집행하는 것이지만 후보에게도 정치적·도덕적 문제는 별개로 남게 된다. 노 대통령이 종종 도덕성에서 자신의 통치권의 근거를 찾는 발언을 해왔기 때문에 청와대측은 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선자금의 모금 규모를 놓고 신주류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 말이 엇갈리는 것은 이 차이가 비리의 틈새일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상수 사무총장은 지난 3월 "돼지저금통 모금액 80억원과 100대 기업을 돌아다니며 모은 금액 등을 합쳐 120억원 정도 됐다"고 말했으나 정 대표는 이날 "돼지저금통을 제외하고도 200억원이나 됐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그러나 "사실을 확인해보니 돼지저금통을 포함해 140억∼150억원이었다"고 말을 바꾸면서 '대선자금 200억원'의 파장을 차단하고 나섰다.
정 대표뿐 아니라 굿모닝시티의 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치권 인사로 몇몇 신주류 인사 외에 현 정부의 실세 정치인 이름까지 거론되는 상황도 만만치가 않다. 돈을 받고 영수증 처리 등 규정을 지켰다 해도 대가성이 인정되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더욱이 신주류가 중심이 돼 '개혁 신당'을 논의하고 있는 마당에 신주류 인사가 대거 비리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아무래도 달갑지 않다. 그렇다고 검찰수사 개입을 금기시하는 새 정부가 수사 속도조절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대선자금, 또 더 넓게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신·구주류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치권 전반이 '나는 관계없다'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정 대표 등이 "나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사정을 두고 하는 얘기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비리 혐의가) 사실이면 민주당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치권 현실에 정통한 인사들은 그 부메랑이 언제 한나라당에도 들이닥칠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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