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CEO의 대명사로 불렸던 염진섭(49·사진) 전 야후 코리아 사장이 시집을 냈다.'나는 잠깐 긴 꿈을 꾸었다'(김영사 발간)라는 제목의 이 시집에서, 염씨는 닷컴 버블이 채 꺼지기도 전에 갑작스레 사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털어놓았다. 한때 가족을 내팽개치다시피 하면서 일에 중독돼 살았던 그는 두 자녀가 희귀병에 걸리면서 말할 수 없는 마음의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일 중독에 빠진 가장의 뒤에서 많은 희생을 한 가족에 대해 그가 가진 미안함과 사랑은 다음과 같은 시구에 잘 나타나 있다.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빠는 인터넷 회사 사장이라 유명해지고/ 인터뷰로 날 새는 줄 모르고 돈도 아주 아주 많이/ 벌었는데도 무능한 아빠는 사랑하는 딸아이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습니다.'
염씨는 이러한 사연들을 오랫동안 숨겨 놓았지만, 나이 50을 목전에 두고 그동안의 생을 중간 정리하고자 세인들에 공개하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세상은 갈수록 일에만 매달리라고 하지만,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를 쓰면서 7개 벤처기업의 회장과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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