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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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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

입력
2003.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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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블라인더 지음 정운찬 김홍범 옮김 율곡출판사 발행·1만2,000원이 책은 어렵다. 옮긴 이의 한 사람인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수년 전 학부 4학년을 대상으로 한 화폐금융론 강좌에서 교재로 사용했던 전문서다.

그럼에도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있다. "학술 서적의 번역이 무의미한 것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 번역해 봤자 문외한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고, 관심 있는 전문가들은 외국어에 능통해 굳이 번역물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외국어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 전문가들도 번역물을 선호하고, 비전문가들도 쉽게 쓰여진 번역물을 찾는다는 것을 알았다"는 정 총장의 말에 동감하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이 주제인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통화정책의 목표와 수단, 통화정책 수단의 선택과 이용, 중앙은행의 독립성 등인데 최근 한국은행법 개정 등과 관련해 눈길이 간다.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부분은 세 번째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을 지낸 프린스턴대 교수인 저자는 경험으로 볼 때 독립적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낮추면서도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란 정치적 과정을 거쳐 중앙은행에 부과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수단의 선택과 운용에서 운영상의 자유를 갖는 것을 말한다. '정치적 과정'이란 중앙은행이 스스로 목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정한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중앙은행과 시장, 민주주의 등을 차근차근 풀어가고 있다.

통화량이나 통화정책이 주요 뉴스로 다루어지고 있고, 특히 중앙은행 독립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중앙은행 독립은 대선 공약의 단골 메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 중앙은행 독립을 둘러싼 논쟁을 '밥 그릇 싸움' 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수준을 넘어 좀 더 깊이 알고자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전문 서적을 읽을 때마다 부딪치는 것이 번역이다. 하지만 역자들은 "이번 번역서 출판을 위해 결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 그 결과 한국 독자들은 원서보다는 오히려 이 번역서를 통해 저자의 의도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도 일반인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은 전문서적의 '태생적 한계' 때문일 것이다. 또 한 사람의 역자는 정 총장의 제자로 경상대 교수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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