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남북 장관급회담 수석대표인 정세현 통일부 장관을 회담 중에 국회로 부른 것은 잘못된 일이다. 국회는 11일 고폭실험 등 북핵 문제를 다룬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 정 장관의 출석을 요구했고, 정 장관은 마지못해 출석했다. 국회는 차관이 대신 출석하겠다는 통일부의 희망을 묵살했다. 정 장관은 이날 장관급 회담의 결과를 담을 공동보도문의 최종문안을 북한측과 협상할 예정이었다.논란이 일자 의장실은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현안 중 하나가 북핵 문제이며 대정부 질문이 이 문제 때문에 마련되었기에 통일부 장관 출석은 불가피하다"며 "수석회담이 오후로 예정돼 있어 오전에 답변하도록 일정을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바로 북핵 문제를 놓고 협상테이블에서 씨름중인 장관을 부른 것은 국회중심적 사고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국회가 대정부 질문 일정을 회담이후로 조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회의 태도는 회담 상대인 북측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니다. 북측 수석대표가 평양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 도중 다른 일정을 이유로 회담장을 비웠다면 우리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역지사지해 볼 사안이다. 국회는 장관급 회담의 비중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국회는 "북측에 국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까지 했다고 한다. 장관출석 같은 형식적 요건을 통해 국회의 위상을 과시하겠다는 구태의연한 발상을 북한에 대해서도 적용하겠다는 한심한 얘기다.
국회가 스스로의 권능을 강화하고, 국민으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는 길은 먼 데 있지 않다. 수준 높은 질문과 추궁을 통해 행정부의 수긍을 얻어내고,이를 정책에 반영시킬 때 국회의 품격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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