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7년 7월12일 미국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1862년 몰(沒). 위대한 사상은 각주가 더덕더덕 붙은 만연(蔓衍)·난삽(難澁)의 논문이 아니라 소박하고 단정한 에세이를 통해 표현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또렷이 보여준 사람이 소로다. 월든 호반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월든 또는 숲속의 생활'(1854)이나 노예제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해 인두세(人頭稅) 납부를 거부하다 체포된 일을 계기로 쓴 '시민불복종'(1849) 속에서, 소로의 순한 문장은 우주와의 교감, 윤리적 단호함과 낙관주의, 좋은 삶에 대한 통찰로 싱그럽다.고향에 대한 애착이 유달랐던 소로는 몇 차례의 짧은 여행을 제외하면 45년의 생애를 콩코드에서 살다가 그 곳에서 죽었다. 이 조그만 도시는 소로, 에머슨, 올커트 등의 초월주의자들이 '콩코드 그룹'으로 불리게 되면서 19세기 미국 사상의 지도에 인상적으로 편입되었다. 현실 세계 너머의 초월적 세계에 대한 초월주의자들의 믿음은 다소의 오해와 왜곡을 거쳐 20세기 들어 생태주의자들의 세계관으로 흘러 들었다. 소로는 스무 살 때 열네 살 위의 에머슨을 처음 만난 뒤 평생 짙은 우애를 나누었다. 소로의 장례식 때 추도사를 읽은 사람도 에머슨이다.
소로가 생전에 펴낸 책들의 원료는 그가 거의 매일 쓴 일기였다. 그의 질박한 삶과 웅숭깊은 사색이 담긴 이 일기는 그가 죽은 뒤 거의 반세기가 지난 1906년에 14권으로 출간되었다. 1851년 2월9일자 일기의 한 대목. "지식에 대한 내 욕망은 지속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천지만물과 교통하고 싶은 내 욕망, 신성한 과즙의 독기에 취하고 싶은 내 욕망, 내 발이 한 번도 닿아보지 못한 곳에 올라 창공을 가르며 걷고 싶은 욕망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리라."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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