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베르너 풀트 지음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에 푸른 안경을 쓴 말라깽이 남자가 1830년대 유럽의 대중을 사로잡았다. 바이올리니스트 파올로 파가니니(1782∼1840). 연주 솜씨가 어찌나 귀신 같았던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둥 '사탄의 아들'이라는 둥 온갖 해괴한 소문이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그의 독특한 용모와 비밀에 싸인 삶이 그런 유언비어를 더욱 부추겼다. 이 책은 국내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 파가니니 전기다. 그가 음악사 최초의 메가톤급 대중 스타로 떠오르기까지 걸었던 고단한 수련기, 그 뒤 숱한 오해와 악의적인 소문을 겪으며 견뎌야 했던 외로움, 갖가지 처참한 질병에 시달리며 자신과 끝없이 싸워야 했던 고통 등을 시대 상황과 함께 자세히 전하고 있다.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그의 주검이 36년간이나 떠돌아다녀야 했던 상황 설명도 흥미롭다. 인물에 대한 미화를 배제하고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쓴 것이 장점이다. 김지선 옮김. 시공사 1만2,000원.
■ 만주아리랑 /류연산 지음
망국의 설움을 안고 우리 선조들이 만주로 이주한 지 100년. 이 책은 중국에서 나고 자란 동포 작가가 1만리 만주 땅을 메주 밟듯 돌아다닌 끝에 써낸 중국 조선족 100년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보고서다. 초창기 만주 개척사부터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중국의 내전과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등 격동의 세월을 겪으면서 중국 땅에 뿌리내린 동포들의 고난과 애환을 살피고 있다. 만주 일본군사학교에 다녔던 박정희의 행적, 가곡 '선구자'의 원곡이 유랑민의 설움을 담은 '용정의 노래'였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남북 분단 이후 반쪽 역사에 묻혀 잊혀진, 만주에서 활약했던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도 찾아냈다. 김좌진의 딸이 가난에 찌든 채 살고 김규식의 딸이 넝마주이로 생계를 잇고 있다는 이야기는 가슴 아프고 부끄럽다. 민족적 정체성과 자부심을 잃지 않으려는 동포들의 눈물겨운 노력도 전한다. 돌베개 9,800원.
■ 캡틴 쿠스토 /이브 파칼렛 지음
'인류 최초의 해저 탐험가' '해양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자크-이브 쿠스토(1910∼1997)의 평전이다. 그는 스킨 스쿠버 장비를 발명했고 최초로 바다 속 18m까지 들어가 해저의 신비를 세상에 알렸다. 바다 속 침묵의 세계를 사랑했던 그는 해저의 아름다움과 거기 사는 놀라운 생명들에 경의를 표했고, 해양과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헌신했다. 환경 문제에 관한 한 그는 세계를 흔든 지성이자 투사였다. 남극 개발에 관한 웰링턴 협약에 맞서 남극을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지켜내는 투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해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20권짜리 '쿠스토 백과사전'을 비롯한 많은 책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탐사선 칼립소 호의 선장으로 바다를 누볐던 그를 프랑스인들은 '캡틴 쿠스토'라 부르며 국보처럼 아낀다.
쿠스토의 가장 가까운 동료였던 지은이는 쿠스토의 생애 뿐 아니라 환경과 평화에 대한 그의 철학도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심현정 옮김. 우물이 있는 집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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