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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m 상공이 사랑의 둥지죠"/ 인천공항 부부관제사 유동회·장혜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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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m 상공이 사랑의 둥지죠"/ 인천공항 부부관제사 유동회·장혜원씨

입력
200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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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맺어준 인연, 하늘을 위해 일해야죠."7년여 동안 지상 100m가 넘는 하늘에서 사랑을 다져 온 관제사 부부가 있어 화제다. 건설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 관제과 소속 비행관제사인 유동회(33)씨와 인천국제공항공사 운항지원팀 계류장 관제팀 관제사인 장혜원(30)씨 부부가 그 주인공. 이 부부는 현재 101m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인천국제공항 관제탑에서 이착륙하는 하루 수 백대의 국내외 항공기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남편은 이착륙하는 항공기 조종사와, 부인은 공항에 계류중인 조종사와 통신을 주고 받는 등 역할도 사이 좋게 나눠 맡고 있다.

"같은 항공분야에서 부부 관제사로 오래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더구나 저희 부부는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있거든요."

유씨 부부는 항공대 항공관리학과 선후배 사이로 첫 인연을 맺었다. 90학번인 유씨는 제대 후 94년에 복학, 92학번인 후배 장씨와 '캠퍼스 커플'로 사랑을 키워오며 같은 직종에서 '운명'을 같이 하기로 약속했다. 서로를 의지하던 이들이 택한 직업은 관제사.

"어릴 적부터 비행기에 관련된 일은 무조건 재미있고 흥미로웠어요. 특히 영화 '다이하드'에서 관제사의 지혜로 폭발위기의 비행기를 구하는 장면을 보고 결심했죠. 꿈을 현실로 바꿔야겠다고요."

졸업을 앞두고 관제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 이들은 공부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나란히 자격증을 취득했고, 95년 말 첫 근무지인 제주국제공항 관제탑에서부터 함께 근무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97년 근무지인 제주에서 결혼했고 3년 여간 제주에서 신혼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중 2000년 6월 부인 장씨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관제사 모집에 최종 합격, 갑자기 인천으로 날아가 버렸다. "지상관제업무 중 계류장 관제업무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담당, 국내 최초로 항공관제 분야의 일부를 민간에서 맡게 된 만큼 변화에 동참해보고 싶었죠." 부인 장씨는 이어 "민간 회사라 현재 남편보다 월급을 더 받게 됐다"고 귀뜸했다.

그러나 하늘이 맺어준 인연은 이들을 갈라놓지 못했다. 남편 유씨도 이듬해인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 개항에 맞춰 서울지방항공청으로 보직이동을 신청, 9개월 만에 아내 품에 다시 안겼다. 현재 유씨는 관제탑 22층에서, 장씨는 18층에서 일하며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관제탑에서 이들 부부가 실제로 접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관제 업무는 이틀은 오전9시∼오후6시까지 주간 근무, 이틀은 오후6시∼다음날 오전9시까지 야간 근무, 그리고 이틀은 쉬는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생활이 불규칙하다. 집이나 직장에서도 서로 시간대가 맞아야 얼굴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부인 장씨는 "부부 관제사라 동료들이 더 배려해 주기도 하지만 공사(公私)는 구분해야 하는 만큼 남편을 자주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씨는 "같이 근무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것이 사실"이라며 "주위에서도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어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관제 업무는 근무장소도 협소하고 교대근무 등으로 건강도 신경 써야 하는데다 선진국에 비해 스케줄, 근무환경 등도 열악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한국의 관문인 공항을 책임지는 일이니 만큼 일에 대한 보람은 어디에도 견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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