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분, 저를 축하해주시겠어요? 2개월 동안 열심히 준비한 승진 시험을 어제 치뤘는데 너무 잘 봤거든요. 오늘 결과를 슬쩍 알아봤는데, 곧 인사 발령이 날 거랍니다. 내가 승진자 명단에 끼었다는군요.사실 지난해 겨울 승진자 명단에 탈락해서 무척 속 상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영어 실력 덕택에 무난히 통과한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하면 영어와 이별일 줄 알았는데, 끝까지 영어가 저를 힘들게 하는군요.
서른 셋에 이제 겨우 대리가 되는 거지만, 그래도 입사 3년 만에 대리가 된다니 정말 기쁩니다. 입사 5년째 되는 선배가 있는데, 시험 때마다 실패를 해서 지금도 평사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정말 안쓰럽더군요. 매일 두꺼운 사전을 뒤적이면서 영어와 씨름하고 있는데, 발음도 안 좋고, 회화도 안되니 정말 고생이 많더군요. 이제 제가 시험도 붙었으니 그동안 애용하던 어학 학습기를 빌려줄 생각입니다. 선배가 그동안 제가 쓰는 학습기를 탐내왔거든요.
아참, 그리고 제가 '님'도 만났답니다. 님을 만나게 된 것도 실은 승진시험 준비가 계기가 됐지요.
일주일전에 회사 동기가 미팅을 시켜줬습니다. 첫 눈에 여자에게 반했습니다. 근데 여자는 저를 맘에 안 들어 하는 눈치더라구요.
여자는 커피 한 잔 마시고 제가 무슨 말을 해도 그냥 멀뚱히 있더군요. 한참을 열심히 이야기하다 어깨가 축 늘어져 계산하고 나오는데 카페 주인이 노래방 무료 이용권을 주더군요.
여자를 설득해서 노래방까지 동행했습니다. 포넌블론즈의 'What's up' 아시죠? 그 어려운 노래를 제가 며칠동안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요즘 어학 학습기는 mp3와 라디오 기능이 동시에 됩니다. 출근하면서 라디오 토익 방송을 듣고 점심 때는 mp3 음악을 듣고 저녁에는 회화 공부를 했지요.
제가 점심 시간마다 열심히 연습한 곡이 바로 'What's up'이거든요. 이 노래는 잘만 부르면 분위기를 확 달아오르게 하지요. 그래서 한곡 뽑았습니다. 아, 여러분도 그 때 나의 열창에 감동하는 여자의 눈빛을 봤어야 하는데!
어떻게 됐냐구요?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요. 여러 분, 저를 축하해주지 않을 수 없겠지요? 정말, 세상은 이따금씩 살 맛 납니다. 서른셋 총각 샐러리맨의 즐거운 한 시절을 두서없이 소개해드렸습니다.
/bigeye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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