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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 / 원진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硏 임상혁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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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 / 원진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硏 임상혁 소장

입력
200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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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대부분은 산재환자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돈벌이가 안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우아한 일이 못되기 때문이다. 산재문제는 이른바 의사들이 꼽는 대표적인 3D직종인 셈이다. 그러나 임상혁(40) 원진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좀 다르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망한 노동자들, 일용직인 까닭에 산재 신청도 못해보고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노동자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산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곳에선 어김없이 그의 활동이 눈에 띈다. 지난 7일 청구성심병원 노조원 9명이 "노조원에 대한 사내 따돌림 등 사측의 부당 대우로 정신질환을 앓게 됐다"며 산재 요양을 신청하는 자리에도 그는 함께 있었다.

최근 그가 가장 관심을 쏟는 부분은 근골격계 질환이다. 노동계에서 근골격계 질환 노동자들의 집단 산재요양신청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도 그가 2년전 연구소내에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센터를 만든 것과 관련이 깊다. 그는 "연구소의 역할은 근골격계 질환 문제를 노동현장에서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몫은 단지 연구에서 끝나지 않는다. 2001년 울산 현대정공의 근골격계 질환 노동자 71명이 집단으로 산재요양신청을 한 이후 노조 차원에서 근골격계 직업병을 문제삼아 집단적으로 산재로 인정받은 곳은 대우조선 등 약 20곳. 대부분 임 소장이 기초를 닦았다. 현장에 찾아가 노동자들의 증상과 작업환경을 파악, 직업병 여부를 판단하는 일부터 산재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회사에 맞서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경영진 만나 따지는 일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임 소장이 근골격계 직업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최초의 민중의료기관으로 얘기되는 구로의원에 원장으로 재직하던 1995년 한국통신 114 안내원들의 경견완장해를 산재로 인정 받게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양대 의대에 입학할 때만 해도 그는 평생을 '노동건강권'을 쫓으며 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의대 본과 2학년이던 87년 의료운동단체인 '노동과 건강 연구회'에 참여, 의료활동을 하면서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의료활동중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시름하는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을 만난 것은 그의 삶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소가 됐다. 그는 수련의를 마친 뒤 산재·직업병 전문 의료기관인 구로의원과 산재의료관리원 중앙병원에서 일한 뒤 99년부터 원진녹색병원에 합류했다. 산재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뒤늦게 산업의학도 전공했다.

임 소장은 "노동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연구를 잘하려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 현장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것도 노동자들이고 개선책을 알고 있는 것도 그들"이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 문제 등 산재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사측의 배려와 더불어 노동자 또는 노조의 참여와 동의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노동자 건강이 노동운동의 주요 이슈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근골격계 질환을 중심으로 노조 차원에서 산재문제를 집단으로 제기하는 전략도 산재를 사회이슈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산재문제가 노사 갈등의 측면에서 부각되기보다는 노동자의 건강에 노동 환경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사회가 주목하는 방식으로 풀려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사진=류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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