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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이천수, 그 배짱 스페인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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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이천수, 그 배짱 스페인서도

입력
2003.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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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시드니올림픽을 1년 정도 앞둔 1999년 9월의 일이다. 당시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나는 부평고 3년생인 이천수를 '예비 엔트리'로 발탁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이천수는 '꼬맹이'처럼 보였지만 그라운드에서는 펄펄 날았다. 그때도 당돌했던 그는 매사 자신감 넘치고 배짱으로 뭉친 튀는 아이였다.순간적 몸놀림과 스피드가 발군인 이천수는 기량이 날로 향상됐지만 가끔 사고를 쳐 분위기를 망칠 때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시드니올림픽에선 칠레와의 예선 경기 후반 수비수를 발로 걷어차 퇴장당하는 바람에 전력에 큰 손실을 입히기도 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성숙해진 셈이다.

이천수가 세계 최강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레알 소시에다드 입단에 성공한 건 축구계 전체의 경사다. 지단과 피구, 베컴, 호나우두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찰 정도다.

물론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애정어린 걱정을 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천수는 우선 스피드와 돌파력, 센스라는 무기를 타고 났다. 정신력도 누구 못지않게 강하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천수가 특유의 '지고는 못 산다'는 배짱으로 기 죽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다면 최소 '중간'은 갈 것이라고 믿는다. 큰 물에서 놀다 보면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확률도 높다.

나는 줄곧 이천수에게 "공을 가지지 않은 상태, 즉 빈 몸일 때의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상대의 배후를 파고들어 '급소'를 찾아내면 수비는 꼼짝 못하기 때문이다. K리그에서 6경기 연속골을 뽑아낸 것도 정확한 위치선정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덩치 큰 선수들을 헤집고 빈 공간을 찾아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작은 체구가 핸디캡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건 기우다. 라울과 사비올라 등도 이천수보다 몸집이 그리 크지 않지만 월드스타 반열에 올라 있다.

물론 K리그보다 두 수 정도 앞서는 프리메라리가를 만만히 볼 수는 없다. 그의 앞길에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뛰어난 기량과 함께 강한 정신력을 유지한다면 못해낼 이유가 없다. 언제나 당당한 태극전사 이천수의 빛나는 활약을 기대한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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