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사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 보좌관은 "아프리카는 미국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7일부터 시작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아프리카 5개국 순방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프리카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는 덧붙였다. "유럽인과 아프리카인들은 이 땅에 함께 왔지만 아프리카인들은 사슬을 차고 왔다. 노예로 왔으며 이는 미국탄생의 결함이다." 자신이 흑인인 그의 이 말들은 미국 흑인문제의 근본을 언급한 것이자, 미국이 아프리카를 외면할 수 없는 태생적 관계임을 되새기려 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일정은 라이스의 말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부시정부 외교정책으로는 아프리카를 설명할 수 있는 일관성이 전혀 없는 것이 그 첫째 까닭이다. 선거 때부터 부시 캠프가 아프리카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선거 때 그가 받은 흑인지지는 10%에 불과하다. 흑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편으로 그의 지지기반과는 상관이 없다. 게다가 집권 후 그의 복지정책은 흑인 등 서민들의 사회보장 혜택을 감축하는 것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 이지만 이전은 모두 민주당 정권 때였다. 미국 안팎에서 부시의 순방을 사시(斜視)로 보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 그런 부시 정부가 아프리카의 에이즈 퇴치를 위해 15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인도적, 인류애적 아프리카 중시정책을 밝혔으니 뭔가 느닷없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라크에 이어 석유지대 장악을 위한 석유외교라는 시각과, 테러의 배후기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안보외교라는 분석들이 모두 부시정부가 스스로 밝히는 순방이유와는 거리가 멀다. 최악의 대륙에 대한 초강대국 지도자의 온정을 과시, 내년 선거를 노린 행보라는 시각도 유력하다. 소위 '온정적 보수' 이미지 구축으로 득표기반을 넓히려는 선거운동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 서방 식민지를 벗어난 이후 아프리카에는 1981년 세계은행의 주도로 수천억달러의 돈이 들어갔으나 내전과 빈곤, 부패로 국가 통치관리기능이 총제적으로 붕괴된 상태이다.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빈곤 인구 12억명은 아프리카 전체인구의 40%나 된다. 또 전 세계 에이즈 감염자의 3분의 2가 이 곳에 산다. 그 중 1,000만명은 15∼24세의 젊은이들이다. 빈곤은 악순환하니 아프리카의 미래는 없다고 해야 할까. 그런 아프리카에 미국외교의 전환을 외치며 일방주의자 부시가 갔다. 버려진 아프리카와 초대국 미국――원죄관계의 양자가 왠지 처연한 느낌을 준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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