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정보 왜곡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부시 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9일 국내외에서 이라크 전쟁의 명분과 WMD 존재 여부 정보 판단의 정당성을 강변했지만 올초 국정 연설에 포함된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 시도 정보가 잘못됐음을 시인한 이후 거세지는 비판론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부시 대통령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이 세계평화를 위협했고, 미국과 우방국이 후세인을 권좌에서 쫓아내기 위해 정당한 일을 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를 다시 쓰려는 많은 시도가 있겠지만 나의 결정이 옳았음을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해 정보 왜곡 주장을 '수정주의 역사가'의 시각이라고 보는 입장을 다시 드러냈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에 출석, "이라크 무기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발견했기 때문에 전쟁을 한 것이 아니라 9·11의 경험에 비추어 새로운 시각으로 그 증거를 보았기 때문에 행동했다"고 증언했다. 또 "후세인은 12년 동안 WMD 프로그램을 은닉해왔다"며 "이 프로그램을 찾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해 WMD 발견 가능성을 확신했다.
민주당은 부시 정부의 신뢰도에 의문을 표시하며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국정연설에 포함된 경위에 대한 의회 차원의 전면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칼 레빈(민주) 상원 의원은 럼스펠드 장관에게 "정보기관이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설이 거짓이라고 확신하고 있던 때에도 왜 정부는 계속 이 정보를 사용하고 있었는가"라고 캐물었다. 럼스펠드는 의원들의 거듭된 추궁에 "좋은 답을 드릴 수 없다"며 진땀을 흘렸다.
앞서 톰 대슐 민주당 상원 대표는 "정부의 시인은 우리가 지금까지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며 "전면적인 조사가 하루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의 연구단체나 학계에서도 정보 왜곡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군축협회가 이날 개최한 이라크 WMD 관련 세미나에는 언론인과 연구원들이 많이 몰려 깊은 관심을 보였다.
조지프 시린시오니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비확산 담당 실장은 "WMD를 전쟁 종료 10주가 지나도록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내외적 신뢰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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