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화가 한젬마의 클레이 사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화가 한젬마의 클레이 사격

입력
2003.07.11 00:00
0 0

"탕, 탕"귓전을 때리는 요란한 총성과 함께 허공에 떠오른 오렌지색 접시가 산산조각나며 공중에서 흩어진다. 격발에 이은 묵직한 반동을 오른쪽 어깨로 흡수한 뒤 총을 꺾는다. 화약 연기와 함께 튀어져나오는 2개의 굵직한 탄피. 다시 총탄을 장전한뒤 호흡을 고르며 초긴장상태에 들어간후 잇따라 총소리가 울려퍼진다 . 부서지는 접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다. 거기다 푸른 하늘과 불암산 자락을 쳐다보면 가슴까지 탁 트이는 느낌이다.

한젬마씨는 타고난 스포츠광

지난 6일 오후 2시. 서울 노원구 태릉 '이스턴캐슬' 공원 내 클레이사격장. 화가 한젬마(33)씨가 진지한 눈빛으로 전인찬(43) 본부장의 시범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있다. 한젬마씨는 대학시절 요트 동아리에 가입, 서울시주최 전국아마추어대회에 출전해 2인승 우승을 차지했고 승마 골프 수영 소프트볼 핸드볼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스포츠광'이다.

"4월 일본 도쿄 전시회, 5월 오사카 개인전, 6월 유럽관람 등 쉬지않고 무리하다보니 몸이 지쳤습니다. 요즘 오랜만에 꿀맛 같은 휴식기를 갖고 있습니다. 오늘 큰 마음먹고 평소에 꼭 해보고 싶었던 클레이사격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클레이사격은 시속 60∼90㎞로 날아가는 피전(pigeon·지름 11㎝, 무게 110g의 진흙 접시)을 길이 76.2㎝ 무게 3.8㎏에 18.5㎜구경의 탄환을 쓰는 엽총으로 맞히는 레저스포츠. 일반인들에게는 아직도 귀족 레포츠로 인식되고 있다. 한젬마씨가 시도한 것은 '아메리칸 트랩'. 초보자를 위한 난이도가 낮은 종목이다.

'총구를 돌리면 사람들이 기겁합니다'

평상복 위에 사격조끼와 귀마개, 고글을 착용한 한젬마씨에게 전인찬 본부장은 "총구는 항상 위로 향해야 합니다. 이동시에는 총을 꺾어 탄약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어깨에 메고 다녀야 해요"라고 신신당부했다. "사선에 들어서면 대각선 45도 각도로 서서 편안히 총을 든 뒤 상체를 약간 앞으로 숙이세요. 오른쪽 뺨을 개머리판에 밀착하고 오른쪽 어깨로 총끝을 고정시키세요. 엉덩이는 빼고 배는 집어 넣습니다."

드디어 사격개시. 호흡을 가다듬고 사선에 선 한젬마씨가 '고' 라고 외치자 20m전방에서 피전이 힘차게 공중으로 솟구쳤다.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휴∼." 한숨을 내쉴틈도 없이 갑작스런 반동에 놀란 한씨가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전 본부장은 "눈을 뜨세요. 너무 명중하려고 신경쓰지 말고 이 정도면 맞겠다 하는 느낌으로 격발하세요"라고 조언한다. 한 라운드 25발(1박스)을 모조리 허공에 날린 한젬마씨는 화가 단단히 났다. 정신집중과 어깨 및 손목 근육이 당겨오며 등에서는 땀이 줄줄 흐른다. "한 번만이라도 맞춰야 할텔데…."

300여개의 쇠구슬이 타원형으로 퍼지면서 명중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한국사격진흥회 김영현(49) 사무총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클레이사격은 산탄총알을 쓰기 때문에 적중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 한발의 총알에는 300여개의 좁쌀만한 쇠구슬이 들어있어 피전을 맞힐 때 산탄은 반경 30㎝로 퍼진다. 이 탄막 안에 들어오면 접시가 부서지게 된다. 한 가운데 명중돼 잘게 흩어지는 경우 쾌감이 절정에 달한다.

새로 25발을 조끼 주머니에 넣고 재도전에 나선 한젬마씨. 이젠 마음을 비웠지만 독수리가 먹잇감을 노리듯 눈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타당"하며 귀청을 때리는 총소리가 나자 날아가던 피전이 산산조각났다. 4발이 연달아 명중됐다. 지켜보던 사람들이 "히야∼"하며 감탄를 연발하고 사수는 득의양양한 표정이다. 두번째 시도에서 25발중 5발 명중.

"내가 쏜 탄환에 맞아 피전이 박살날때의 성취감. 코끝을 자극하는 화약 냄새, 가슴 깊이 전해지는 짜릿한 전율….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예요"라고 말하는 한젬마씨는 이미 스릴만점의 클레이사격에 푹 빠져 있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1라운드 25발 3만 5,000원

서울에서 클레이사격을 배울 수 있는 곳은 태릉국제종합사격장(이스턴캐슬). 부지면적만 10만여평. 수려한 경치 때문에 주말마다 사격 동호회는 물론 각종 모임의 단합대회가 단골로 열리는 명소이다. 초보자들은 1∼3개월이면 기본기를 터득할 수 있고 1년정도 훈련과정을 거치면 피전이 산산조각나는 쾌감을 매번 즐기는 명사수 대열에 합류할수 있다. 한 라운드를 사격하는데 드는 비용은 총기 대여료, 실탄(25발), 피전값 등을 합쳐 3만5,000원. 10발에는 1만5,000원, 20발에 2만8,000원이다.

이탈리아제(페라치, 베레타)나 일본제(미로구) 등을 최상급으로 치는 총기는 보통 300만원정도 한다. 물론 천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품도 있다. 사격장에 가면 총기, 사격조끼, 귀마개, 실탄, 고글 등을 대여해주며 마니아들은 200만원대의 중고총을 구입하기도 한다.

한국사격진흥회 김영현 사무총장은 "사격장에서 실력을 쌓은뒤 상설 수렵장에 직접 나가 꿩이나 노루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고 전했다.

문의는 (02)972―0735.

/박석원기자

● 사격순서

1 탄약넣기

탄약은 총의 가운데를 꺾어서 제껴야 들어가며 한번에 두깨씩 넣는다. 25발을 모두 쏘면 1라운드가 끝난다.

2 조준하기

오른손은 방아쇠, 왼손은 총의 몸체를 받쳐든 채 개머리판의 끝을 오른쪽 어깨에 댄다. 총이 흔들리지 않게 제대로 잡았으면 총구끝과 시선이 일직선이 되게 조준을 한다.

3 총구로 쫓기

피전(접시)이 튀어 올라가면 총구는 피전의 20∼30cm정도 위로 초점을 맞추고 따라 올라간다. 이때 팔은 가만 있고 허리로 움직여야 한다.

4 격발

총구 끝에 피전이 일치되면 방아쇠를 당긴다.

● 사격 에티켓

총구는 항상 위를 향하도록 해라.

사격중 침 뱉거나 담배 피우지 말라.

타인이 사격할 동안은 정숙해라.

타인이 조준하는데 기웃거리지 말라.

타인의 총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

타인에게 불쾌감 주는 복장을 삼가라.

사수 신경을 건드리는 언사를 삼가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